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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줄거리 및 감상 독후감 -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본문
[훌훌 개요 및 줄거리]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읽는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번에는 문경민 작가의 훌훌이라는 소설이 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청소년 문학상에 손색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나 믿고 볼 수 있는 문학상. 특징이라면 이전 수상작들에 비해 주제가 진중하며 무거운 편입니다. 우선 감상 독후감은 훌훌 줄거리 소개 이후 적어볼까 합니다.
아래는 훌훌 줄거리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문경민의 소설 훌훌은 입양아인 서유리를 중심으로 그녀와 그녀 주위 친구와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이야기입니다. 유리는 어릴 때 양자로 들어와 현재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녀를 데려왔던 어머니는 그녀를 버려둔 채 떠났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유리를 맡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주인공은 원래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심지어 데려온 부모에게까지 버림받아 마음의 상처가 깊은 아이입니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마음속에서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 그리고 떠난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죠. 그리하여 유리는 목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해 얼른 이 집을 떠나 모든 걸 훌훌 털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유리와 할아버지는 서로의 거리를 두고 지냅니다. 서로 간에 정을 주지 않으려고 하죠. 할아버지는 유리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형식적으로 묵묵히 그녀를 뒷바라지하며 그녀가 졸업 후 이 집을 떠날 때를 기다리고 있으며, 아프다는 사실조차 숨기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유리와 거리는 두는 것은 그녀에 대한 미안함과 죄의식이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 서정희 부고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서정희에게는 연우라는 어린 친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할아버지는 갈 곳 없는 그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리하여 유리는 자신에게는 배다른 동생 되는 연우와 함께 살게 되는데,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서"씨라는 것, 그리고 둘 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머물 곳이 없어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죠.
그리하여 유리는 동생 연우를 돌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연우는 여타 아이들과는 다르게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자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동생을 보면서 의아해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혼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연우를 타이르는 중 그는 갑자기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연우가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누구예요?”
“뭐?”
말문이 막혔고 목덜미가 서늘했다. 연우의 말은 질문 그대로였다. 내가 누구냐고 묻는 거였다.
연우의 이 말은 굉장히 중요하고 함축적인 질문입니다. 우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연우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 유리는 동생에게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었습니다. 할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연우는 자기를 거두어들인 존재가 누구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유리와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그녀의 질문 역시 입을 꾹 닫은 채 넘길 뿐이었습니다. 유리는 이 상황을 통해 자신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할아버지처럼 행동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연우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간 동생도 자신처럼 결국 현실을 깨닫고 지금의 처지에 순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우의 “누구예요?”라는 질문은 유리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근원적 물음이기도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연우의 만남을 통해 그를 돌보고 마주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계기, 즉 자기 자신을 찾으려는 계기가 됩니다.
유리는 동생 연우가 이해할 수 없거나 돌발행동을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머니 서정희에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돌발 행동을 해봤던 것으로 그 역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 연우가 같은 반 친구를 상처 입히는 일이 발생해 유리는 동생에게 역정을 냅니다. 그리고 말을 듣지 않는 그에게 감정적으로 화를 내고 손까지 쓰게 됩니다. 이에 연우는 겁에 질려 대들었고 반항하면서 누나와 몸싸움을 하게 되죠. 이를 본 할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유리처럼 연우를 혼내면서 손을 댑니다.
이에 유리는 자신과 할아버지가 한 행동이 연우를 끔찍이 괴롭혀왔던 엄마 서정희가 한 짓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소름이 돋습니다. 연우가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기를 바라지 않는 주인공은 연우와의 일상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함께 살면서 가족애를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도 변화한 유리에게 마음을 허락하면서 점점 진짜 가족처럼 변해가죠.
할아버지와 연우, 유리 세 사람은 연우 때문에 상처 입은 아이에게 사과하기 위해 그 집을 방문합니다. 그런데 그 집에서 같은 반 친구 세윤을 만나게 됩니다. 연우가 상처 입힌 친구는 세윤의 동생이었던 것이죠.
유리는 세윤의 집을 방문하여 세윤 역시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사실을 눈치채게 됩니다. 세윤의 부모 역시 친부모가 아니었던 것이죠. 그리고 중간고사가 끝나고 연우를 포함해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함께 놀러 갔던 날, 유리는 세윤이 그토록 숨겨왔던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세윤을 통해 결국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가족을 사랑할 수 있는 관용 있는 존재로 거듭나며 훌훌은 결말을 맞이합니다. 훌훌 털어버린 것은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만을 가지고 있던 과거의 자기 자신인 것입니다.
[감상 후기 및 독후감]
훌훌은 입양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유리와 세윤이 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이런 상황에서만 치우치지 않고, 어떤 의미에서는 유리의 비관적 상황은 특별한 것이라기보다는 수많은 삶에 존재하는 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생님의 말에서도 알 수 있죠. 훌훌의 핵심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유리의 지금의 상황도 어떤 사람에 존재할 수 있는 삶의 한 형태인 것이죠. 누구나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죠. 그 상황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마다 다른 삶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소설에서는 이를 길이 열리고 조금씩 속도를 낸다는 표현으로 나타납니다)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것 또한 우리 삶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조언처럼 너무 힘들 때는 웃기도 하면서 이를 극복해나가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부분임을 훌훌은 말해줍니다.
사실 글의 모티브는 입양자와 그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을 확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유리 그리고 같은 처지인 세윤은 왜 자신의 처지가 괴로웠던 것일까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의심 없이, 굳건히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토대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내가 나라는 것에 대한 확신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억의 연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억의 연속성은 내가 나라는 의심 없는 확신입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은 나의 기억을 증명하고 합치됨으로써 나라는 존재의 확신과 세상과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공각기동대 극장판(95)을 보면 전뇌화 된 세계에서 어느 청소부의 일화가 나옵니다. 그 청소부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의 전뇌는 해킹된 것이었고 가족에 대한 기억들은 전뇌의 해킹으로 심어진 가짜 기억임이 드러납니다. 그리하여 진실을 알게 된 그 청소부는 마음이, 존재가 무너져 내립니다.
기억은 나를 규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나오게 해 준 부모님은요 내가 나라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내가 세상에 처음 빛을 보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키워주는 부모님의 존재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은 쉽게 말해 나의 태초부터의 기억의 연속임과 동시에 증명입니다.
하지만 유리와 세윤 같은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님이 그들을 낳아준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쉽게 말해 단절입니다. 자신의 태초의 기억의 연속을 증명해줄 존재의 부재, 즉 기억의 연속성이 없으니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리와 같은 아이들은 기억의 연속성에 단절이 있는 존재는 필연적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질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세상은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일체감을 느끼는 공간이 아니게 되므로 단절로서, 즉 유리된 상태로 세상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이 과거를 싹둑 끊어내는 단절적인 인식을 가지고 훌훌 털고 홀로 살아가려 마음먹는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경민의 훌훌을 감상할 때 이러한 포인트로 생각을 해보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