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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소한 일상
옷소매 붉은 끝동 원작 소설 줄거리 및 결말 본문
[옷소매 붉은 끝동 원작 소설책 개요 및 감상]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 원작이기도 한 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을 읽었습니다. 사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그저 알콩달콩한 로맨스 소설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읽고 보니 끝이 이렇게 서글픈 이야기의 소설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조선 시대의 왕 정조와 그의 후궁 의빈 성씨인 덕임의 로맨스 소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왕을 사랑했지만 한 사람으로서 자신을 잃고 비극적 삶을 살았던 여인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덕임의 삶과 동궁 이산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며 시대의 크고 작은 사건은 두 사람의 개인적 이야기에 녹아드는 구조입니다.
남자이기 이전에 왕임을 선택한 이산, 궁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자신이기를 원하는 덕임. 두 사람은 서로를 마음에 두지만 이산은 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 남고 싶었던 덕임.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으로 남지 못했고 생의 비극을 마주하였던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로맨스 장르에 충실하면서 탄탄한 전개가 인상적이며 후궁의 삶의 관점에서의 이야기 전개는 신선하고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충실한 글쓰기가 뒷받침되었기에 사랑받는 소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참고로 옷소매 붉은 끝동은 궁녀의 의복을 의미합니다. 궁녀의 의복은 소매의 끝을 자줏빛으로 붉게 물들여 홍수(紅袖: 붉을 홍 + 옷소매 수 = 붉은 옷소매)라고도 일컫습니다.
아래는 줄거리와 결말입니다. 줄거리는 1권과 2권으로 나누어 두었고 결말은 서식으로 따로 두었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원작 줄거리 1부 – 만남에서 이별까지]
어린 궁녀인 덕임은 어느 날 궁에서 길을 잘못 들어 처음 보는 건물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영조를 만납니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이 아꼈던 후궁 의열궁과의 이별을 애도하고 있었습니다.
덕임은 그곳에서 처음으로 의열궁을 보게 되고 영조는 자신의 손녀딸 같은 덕임을 다정하게 대해줍니다. 그리고 글을 배우고 읽는다고 하여 왕은 의열궁이 생전 필사했던 책을 선물로 보내줍니다.
이 부분은 복선입니다.
의열궁은 비운의 삶을 살았던 후궁입니다. 의열궁과 왕을 만나고 왕에게 의열궁의 책을 받고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것은 앞으로의 그녀의 생도 이와 같은 비극을 답습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의열궁 역시 그녀와 같은 궁녀였으며, 그녀의 아들 사도세자의 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덕임은 자신만만하고 장난기 많은 궁녀입니다. 게다가 똑똑하고 글도 잘 읽고 쓰며 소설을 좋아합니다. 동궁에서 일하는 그녀는 몰래 왕의 학문 강의인 시강을 엿들으면서 글공부를 합니다.
어느 날 그녀 앞에 한 청년이 나타나 왕에 대한 흉포한 글이 적힌 익명서에 대해 묻습니다. 그녀는 그 사람의 행색을 보고 수상한 사람이라고 문전박대하며 내쫓습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세손이고 후의 정조인 이산이었습니다.
신분을 감춘 청년과 아무것도 모르는 궁녀와의 드라마 같은 첫 만남. 이렇게 두 사람은 처음 만나고 덕임은 동궁(이산)의 뇌리에 깊은 첫인상을 남깁니다.
글재주가 좋은 덕임은 당시의 중전 김 씨의 눈에 띄어 그녀의 필사를 도우면서 인연을 맺고 동시에 동궁을 지척에서 모시는 궁녀가 됩니다.
동궁(이산)은 굉장히 엄격한 사람입니다.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고 사소한 원칙마저 깐깐하게 잘 지킵니다. 이러한 엄격함은 자신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역시 자신과 같기를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주변 사람들 역시 힘들어하고 또 그 엄격함을 두려워합니다.
덕임은 동궁을 모시면서 그의 이런 성격에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당돌한 그녀는 동궁에게 할 말은 하고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 알게 모르게 알콩달콩 로맨스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덕임은 이산에게 대들다가 거의 매일 반성문을 씁니다. 이산이 덕임을 은연중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 널 생각하고 있다.”
어쩐지 가슴이 시큰했다. 생전 처음 겪는 느낌이었다. 눈이라도 마주쳤다간 물색없는 이 감정을 들킬세라 덕임은 시선을 고집스럽게 땅에 두었다.
“... 너는 내 사람이 되고 싶으냐?”
“소인은 그저 스스로 사람으로 살고 싶사옵니다.”
“너는 내 사람이다.”
그가 말했다
(P.152)
옷소매 붉은 끝동의 1권의 하이라이트 중 한 부분. 동궁은 처음으로 천성을 거스르면서까지 덕임을 자기 사람으로 선택합니다. 그리고 이에 그녀는 그저 자신으로 살고 싶다고 답합니다.
덕임은 그동안 총애를 받던 후궁들이 왕이 바뀌면서 처량하게 내쳐지는 것을 봐왔습니다. 동시에 왕의 선택을 받은 후궁의 입장이 행복한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으로 살고 싶다고 답한 것입니다.
한편 덕로는 동궁의 최측근으로, 선왕이 지지기반이 없는 동궁을 위해 붙여준 사람입니다. 키 크고 잘생긴 그는 수완도 뛰어납니다. 동궁을 위해 헌신하며 그를 지탱해주는 사람이죠. 그는 덕임이 신경 쓰입니다. 엄격한 동궁이 그녀에게만 은연중 다른 태도로 대하는 것을 알아차리죠.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야망에 이용할 가치가 있는지 혹은 위협이 되는 존재인지 고민합니다. 동시에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그녀를 이용하려고도 합니다.
전 왕이 승하하고 동궁 이산은 정조로 즉위합니다. 그리고 덕로는 정조의 총애를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괴물이 되어갑니다. 왕과 중전 사이에 후사가 없자 삼간택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데 여기에 덕로의 여동생이 숙창궁으로 선출되지만 안타깝게도 숙창궁은 어린 나이에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궁중 신하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덕임의 친구 경희 역시 행방불명됩니다. 경희의 행방을 조사하던 그녀 역시 위험에 처합니다. 사건의 진상은 덕로가 자기 동생 숙창군이 요절한 것을 중전이 해를 가한 것처럼 꾸며 뒤집어 씌우려고 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리하여 덕임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잘못될 때 대비마마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서찰을 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대비마마에게 서찰을 전해달라고 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산은 덕로를 너무 편애해왔습니다. 따라서 일이 잘못될 경우 친우의 안위를 장담하지 못하고 사건 자체가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비마마는 왕의 외척으로 어떤 면에서 견제 세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친구의 안위를 지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 판단했던 것이죠.
하지만 서찰은 전해지지 못합니다. 이산이 중간에 가로챘던 것이죠.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동궁은 선왕에 의해 덕로를 자기 사람으로 들일 때부터 언젠가 그를 자신의 손으로 쳐내야 된다는 것이 안타까워했습니다. 동시에 언젠가 그를 쳐내기 위해 그의 기고만장함을 풀어두었던 것입니다.
동궁은 이 사건을 계기로 덕로를 쳐냅니다. 동시에 그녀가 자신을 믿지 않았다는 것에 분개합니다. 덕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궁인들을 미리 구하지 않고 정국을 유리하게 풀어가는 생각을 한다는 것에 실망합니다. 궁인들이 그저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녀 역시 왕에게 실망합니다.
이렇게 두 사람 사이는 틀어지고, 그녀는 이산에게 “전하를 사모하지 않사옵니다”라는 말을 남깁니다. 왕은 그녀에게 궁을 떠나라고 합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옷소매 붉은 끝동 1권이 마무리됩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원작 소설책 2부 – 재회 그리고 승은]
궁에서 쫓겨난 덕임은 왕의 종친인 현록대부의 밑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왕은 삼간택을 통해 경수궁을 새 후궁으로 맞이하였고, 대비마마는 왕에게 덕임을 경수궁의 궁녀로 돌아오게 할 것을 요청합니다. 왕은 이를 받아들여 덕임은 경수궁 궁녀로 다시 궁에 들어갑니다.
경수궁은 귀가 얇아 미신을 잘 믿으며 자신이 데려온 사람들만 신뢰합니다. 동시에 왕이 덕임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의심하게 되고 경수궁과 휘하 시종은 덕임을 괴롭힙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 2권의 하이라이트. 어느 날 왕은 경수궁에서 그녀가 모진 일을 하며 괴로움에 울고 있는 것을 보게 되고 이제 감정의 둑이 터져 화가 나 경수궁을 힐난합니다. 동시에 자신의 마음에 대한 답을 내리고 덕임을 불러들입니다. 그리하여 덕임은 승은을 입고 후궁 의빈 성씨가 됩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원작 소설책 결말]
옷소매 붉은 끝동 원작 소설의 결말은 매우 슬픕니다. 앞서 의열궁의 연결고리는 비극적 삶을 따라간다는 복선인데 역시나 덕임의 삶 역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극이라는 공통된 연결고리를 따르게 됩니다.
후궁이 된 덕임은 누구보다 왕에게 사랑받습니다. 하지만 왕은 사랑하기에 그녀 주변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자세를 취합니다.
사랑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왕으로서 중대한 과제가 쌓여 있는 만큼 더욱 엄격하게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역사적으로는 탕평을 깰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후에 척신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오라비는 관직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무관의 집안을 일으키려 오라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궁녀가 되었지만 그 꿈은 좌절되고 또한 친구가 궁의 규칙을 어겨 위험해 처했으나 이를 알지도 못하고 돕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낍니다.
두 사람의 결실로 원자가 생기고 원자는 후에 세자로 봉해집니다. 그리고 딸이 생겼는데 이 연약한 아이는 세상에 나온 지 두 달만에 눈을 감게 됩니다. 그리고 세자 역시 홍역으로 어린 나이에 세상과 작별하게 됩니다.
아들이 세자라는 이유로 어머니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세자가 눈을 감을 때 후궁이라는 이유로 아들의 곁을 지키지 못한 것, 두 아이를 잃었음에 가장 슬퍼할 터인 자신이 슬픔을 삼키고 상전들을 위로하러 다녀야 되는 것이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두 아이의 상실로 인한 슬픔과 더 이상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쌓여갑니다.
두 아이를 잃었지만 셋째를 가지게 되어 어떻게든 살아가려 하지만 세자 때와 똑같은 증상을 보이며 그녀의 생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마지막을 직감한 그녀는 친우 경희와 복연을 찾습니다. 하지만 달려온 것은 그녀의 친구가 아니라 정조였고 그녀는 그에게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정녕 신첩을 아끼셨사옵니까?”
“그렇다니까.”
“하면 다음 생에선 알은체도 마소서”
그녀는 또다시 그의 애정을 무참히 밀어냈다.
“사소한 소망이 꽤 있었사옵니다. 나 하나만 최우선으로 하는 지아비를 만나고, 어미라는 말을 가르치고, 거리낌 없이 아이 이름을 부르고...(중략) 하지만 전하 곁에서는 하나도 이룰 수 없었나이다.”
“진실로 아끼신다면 다음 생에선 알아보시더라도 모른 척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소서.”
“끝까지 이럴 테냐? 넌 정녕 내게 조금도 마음을 주지 않았어?”
그녀는 조금은 다정한 미소를 머금었다.
“정녕 내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달아났을 것이옵니다.”
이렇게 의빈 성씨는 눈을 감습니다. 정조는 슬퍼하지만 후사가 급하여 다시 가순궁을 들이고 후사를 이을 세자를 얻습니다. 그리고 세월 속에 그녀는 잊혀 가고 왕은 치열한 현실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제조상궁이 된 경희에게 과거 덕임과 그녀의 벗들이 함께 필사했던 곽장양문록 책을 받고 추억에 잠깁니다. 얼마 후 노쇠한 왕은 덕임을 따라갑니다. 눈을 감으며 그는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덕임과 원자를 다시 만납니다. 그녀는 그에게 국정 일을 가보라고 재촉합니다. 하지만 왕은 오늘은 가지 않겠다고 하며 그녀와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영원이 되었고 이렇게 옷소매 붉은 끝동 소설은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