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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소한 일상
멸망 이후의 세계 결말에 대한 단상과 리뷰 본문
멸망 이후의 세계 결말에 대한 단상과 리뷰
1. 개요 및 짧은 후기
드디어 멸망 이후의 세계가 결말을 맞이했는데요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 소설은 장르소설로 분류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철학적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장르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후반으로 갈수록 더 많은 개념들이 나오는데 읽는 관점에 따라서 이 소설은 하나의 흐름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아래는 멸망 이후의 세계에 대한 완독 후기이고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 본편의 끝과 어린 왕자에 대하여
우선 멸망 이후의 세계 마지막에 대해 먼저 말해보고 싶습니다. 과거 이 소설이 연재 중일 때 110화 언저리까지 읽고 리뷰를 쓰면서 결말을 예측한 적이 있었습니다. 해당 글은 아래의 글인데요
당시에 결말을 예측하기로 회귀적 결말을 예측한다고 적었었습니다. 물론 이는 당시 글에 적었듯이 실존주의적인 관점에서 그렇게 예측했던 것으로, 첫째로는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고 반복된다는 영원 회귀, 둘째로는 시작점 그 장소로의 회귀라 예상했었습니다. 악몽의 탑이 나타났던 현실의 지점으로의 돌아가는 것이었죠.
소설 중후반부터 우로보로스가 등장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우로보로스는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태로 동일한 것의 반복, 윤회, 영원성, 영원 회귀의 개념이거든요.
재환은 빅브라더를 멸하고 최초의 악몽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은 현실이었고 이러한 현실에서 재환은 열 살부터 생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현실로 회귀한 것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전 기억을 온전히 가진 채라는 것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지금의 재환의 현실에서는 악몽의 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인데 정말 소름이 돋더라구요.
실존의 끝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자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현실을 매 순간 긍정하고 삶의 의미를 부여해 나가야만 됩니다. 바로 그가 몸담았던 현실에서도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끝에 재환이 도달해야만 하는 종착지는 바로 현실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로보로스가 그림이 말해주듯, 이 종착지에 들어서야만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결국 이 종착지의 최종 관문은 재환이 주어진 이 현실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멸망 이후의 세계는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언캐니 때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시르엔이 재환과 스퀴즈를 통해 언캐니에 빠졌을 때 길잡이 재환을 만나는데 언캐니의 길잡이는 자아의 정신연령을 반영한다고 나옵니다. 길잡이인 재환은 어린아이였죠.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하얀 돌조각에 새겨진 기억에는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린 왕자 이야기를 듣고 재환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어린 왕자가 떠나버린 세계요.
그 세계엔 뭐가 남아요?
-84화 길잡이 재환
소행성 B612에서 지구를 여행하는 어린 왕자.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 어린 왕자는 비유적으로 재환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그를 형성하는 근원에는 어릴 적 어머니께 들었던 어린 왕자에 대한 기억이 길잡이인 재환에게 소중히 간직되어 있었고, 본체 재환의 자아는 어린 왕자와 같은 어린 재환으로 나타납니다. 어린 재환이 본체 재환의 상징과도 같던 설정인 [멸망]으로 초월을 이룬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볼 수 있죠. 그리고 마지막에 본래의 재환과 초월에 이른 어린 재환이 최초의 악몽인 현실로 넘어옵니다.
어린 왕자가 여행했다는 세계를 알고 있는 건 너뿐이잖아.
- 250화. 초월자 멸망 재환
말하자면 멸망 이후의 세계 본편의 끝인 261화는 어린 왕자가 여행했다는 세계인 지구란 이름의 최초의 악몽으로 가는 것이며, 어린 왕자인 재환이 맞닥뜨려야만 했던 잔인한 현실인 셈입니다.
그럼 에필로그인 262화는?
그것은 어린 재환이 물었던, 어린 왕자가 떠나간 세계에는 뭐가 남았는지 질문에 대한 답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불멸이 사라진 신세계에서 존재로 거듭난 이들이 떠나간 어린 왕자인 재환을 기다리던 그 간절함...
본편에서 기억을 가진 채 현실을 살아가는 재환은 어떤 의미로는 절망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끝에 이르러 재환의 세계를 믿어주는 선생님 덕분에 그는 다시 눈을 뜨게 됩니다.
- 그래.
- 이제 다시 시작할 때가 됐지.
261화
그리고 위와 말하며 시스템에서 떨어져 나가는 이방인적 감정을 느끼고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 본편 결말은 유독 알베르 카뮈가 많이 연상됩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말, 그리고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이방인적 표현, 동시에 죽음을 인식하고 한 사람만큼의 세계라도 바꿀 수 있다는 간절함으로 글을 쓰며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이러한 모습 등등.
3. 외전 개정(改定)에 대한 생각 - 우로보로스
여하튼 끝이 정말로 끝이 아니기 위해서, 즉 새로운 시작이기 위해서는 지금의 현실에서도 고유한 자기를 이루어야만 하는 것이 선결 조건입니다. 약간 철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가 현실에 절망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 아닌 영원한 죽음의 과정으로 치환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 정말 중요한 의미일 수밖에 없습니다.
멸망 이후의 세계의 마지막 외전의 제목은 개정(改定)인데요. 이를 포함한 종합적인 결말 역시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우로보로스는 앞서 말했듯 영원 회귀, 윤회, 반복 등을 의미를 담고 있는데 250화를 보면 시르엔의 가설대로 환상수의 뿌리와 가지가 먼 우주를 둘러 서로 만나고 있는 우로보로스의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결국 그 시작과 끝의 종착은 지구이며, [환상]수라는 이름처럼 지구는 환상이 시작되는 부분임과 동시에 환상이 끝나고 현실이 뿌리내린 교차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생각해 보면 재환은 지구(현실)에서 악몽의 탑을 조우하여 [환상]수로의 여행이 시작되었으며, 환상의 끝에서 지구로 돌아와 현실을 살게 되죠. 그리고 그가 사는 현실에서 환상수에서 그가 겪었던 이야기들을 소설(환상)로 적음으로써 환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소설(환상)이 되는,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기묘한 우로보로스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사람만큼의 세계라도 바꿀 수 있다는 간절함으로 적었던 재환의 소설이 다른 우주로도 퍼지며 완전히 동일한 반복이 아닌, 개정(改定)으로 새로운 환상, 새로운 모험으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에 전독시의 그분과 비유가 강림하면서 말이죠!(물론 전독시의 이야기도 퍼짐) 참고로 재환의 이야기 멸망 이후의 세계는 전독시 초반부에 멸망 이후의 세카이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말 그대로 새로운 전독시와 재환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됨을 암시하는데요 이제 혼자가 아닌 재환에게 앞으로 어떤 모험이 다시 시작될지 너무나도 기대되는 부분이며 마지막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웹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