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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기억 전달자는 로이스의 소설로 뉴베리 상을 받은 청소년 대표 문학작품입니다. 솔직한 감상으로 읽고 감탄했습니다. 지고한 청소년 문학작품이며 해석의 다양성과 우리를 성찰하게 만드는 소설이며 동시에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전달력 역시 예사롭지 않습니다. 세대를 거듭하여 전해질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줄거리]

기억 전달자는 어느 한 사회에서 주인공 조너스가 겪는 이야기입니다. 이 사회는 모든 것이 "늘 같음 상태"로 유지되는 사회입니다. 조너스가 사는 사회는 개인이라는 존재는 사실상 존재의 의미나 권리가 없으며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의무만이 뒷받침되는 사회입니다. 가족 구성원도 직업도 모두 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정해집니다. 즉 정해진 삶의 방식을 살 수밖에 없으며 사람들에게는 자유 혹은 선택권이라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 사회는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 있으며, 그 규칙을 지키며 생활해야 되며 개인의 감정이나 사생활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공동체 사회입니다. 감정이 없다는 것은 고통이 없다는 뜻이며 이는 사랑의 감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회는 각 나이별로 의무가 주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12살 때 행해지는 의례입니다. 12살이 되면 사람들은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직업을 배정받습니다. 그리고 그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죠. 이 의례에서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라는 특별한 직위를 받습니다.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를 쌓아왔습니다. 그 역사의 기록에는 좋고 나쁜 기억들을 품고 있습니다. 기억 보유자란 사회가 형성될 때부터 그 사회의 모든 역사적 기록과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기쁨의 감정 그리고 그 대극에 있는 세상의 모든 고통의 감정을 보유자가 품고 홀로 감내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은 고통에서 자유로웠던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정한 의미의 감정이라는 것을 가지지 않게 된 것입니다.

 

조너스는 의례에서 기억 보유자로 선출되었고 기존의 보유자는 이제 기억 전달자로서 주인공에게 세계의 기억을 전해줍니다. 조너스는 전수를 통해 어떤 때는 기쁘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반면, 또 어떤 때는 전쟁과 같은 괴로움 역시 함께 전달받으며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기억을 전달받는다는 것은 그 속으로 들어가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수를 통해 조너스는 처음으로 세상에 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세상은 여러 가지 다채로운 컬러로 나타나는 데,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제거해 왔던 사회의 구성원들은 색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주인공이 색을 인식한다는 것은 깨어남의 은유적인 표현입니다.

 

과거의 여러 감정들을 전달받고 경험하면서 조너스는 현재의 무채색 한 마을을 보며 지금의 세상은 잘못되었다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기억 전달자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마을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사랑과 같은 진정한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소중한 가치를 잃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종극에 이르러 주인공은 이 사회의 끔찍한 이면을 알게 되고 떠날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 사회에는 임무 해제라는 룰이 있습니다. 정해진 삶의 방식을 살면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면 임무 해제 명령이 떨어지는 것이죠. 혹은 공동체 룰을 수차례 위반하거나 공동체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지 않는 자 역시 임무 해제됩니다.

 

조너스를 포함한 대다수 사람들은 임무 해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기억 전달자를 통해 임무 해제라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됩니다. 임무 해제는 생의 마감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공동체로부터 제거당하는 것이었죠. 조너스는 자신의 아버지가 한 아이를 임무 해제시키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고 도덕적으로 분노합니다.

 

그리하여 조너스는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예상보다 급히 떠나게 된 배경에는 아버지가 어린 아기 가브리엘을 임무 해제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너스는 가브리엘을 데리고 마을을 떠납니다.

 

기억 보유자의 존재의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 사람들의 좋은 과거도 품고 있지만 동시에 괴로운 과거들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유자가 떠나게 되면 보유자가 가지고 있던 기억들, 그 괴로운 감정들까지 마을 사람들에게 되돌아가는 것이죠. 조너스는 가브리엘과 새로운 길을 찾아 마을을 떠나게 되고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기억 전달자 감상]

제목처럼 소설의 핵심은 기억입니다. 기억이 없으면 괴로움도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을 상처 주는 말을 했을 때 이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미안함과 후회의 감정 역시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혹은 우리에게 고통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행복이라는 반대의 감정 역시 느낄 수 없었겠죠.

 

그리고 기억이 없다면 궁극적으로는 우리는 우리의 존재 자체를 정의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는 나는 우리가 살아온 기억으로 말미암아 현재에 이른 "나"가 아닐까요?

 

당장 우리가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동시에 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게 되겠죠.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늘 같음 상태"의 세상을 선택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이러한 사회는 유지만을 목표로 하는 하나의 닫힌 공간이며 무감각한 사회입니다. 감정이 사라져 있는 만큼 삶의 참된 면을 볼 수 없으며, 삶이 소중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임무 해제는 비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기억 전달자로부터 받은 것은 이전에 기록된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다른 말로는 역사의 경험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전달자로부터 처음 건네받은 기억은 눈 내리는 언덕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조너스는 마을을 떠나고 새로운 곳을 찾아 헤매다 눈 내리는 언덕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처음 전해받은 기억에서 탔던 썰매와 같은 썰매를 발견하고 그것을 타고 언덕을 내려가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주인공은 마을을 떠나 자신이 직접 그 장소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가면서 자신만의 기억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앞으로 조너스의 여정은 힘들지만 이렇게 자신을 만들어가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경험으로 자신을 기억을 만들고 나아가는 그 길은 어떤 길일까요.

 

소설 기억 전달자는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게 만듭니다. 감시와 처벌 혹은 빅브라더와 같은 사회의 위험성,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물음, 혹은 자기를 찾아 그 어려운 길을 가는 관점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조너스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으며, 기억 전달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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