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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및 감상 후기]

김혜정 작가의 청소년 판타지 소설 오백 년째 열다섯을 읽었습니다. 단군 신화라는 한국 고유의 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각색한 이야기로 오백 년째 열다섯에 머무르고 있는 주인공 가을에 대한 성장 스토리를 다루고 있으며, 동시에 신화를 각색하여 호랑족과 여우족의 구슬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등장인물

 

개요 및 감상 후기

태초에 환웅이 신단수 밑에 터를 잡고 절친한 세 친구 곰과 호랑이, 여우에게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삼칠일 동안 먹고 지내면 인간으로 변하게 해 준다고 했습니다. 곰과 호랑이는 동굴로 들어갔지만, 여우는 싫다고 거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웅녀가 여우족의 우두머리인 령에게 인간과 동물 사이에 중간자가 되어 양쪽 모두를 지켜달라 부탁하여 환웅이 준 신비한 힘을 가진 구슬을 먹어 여우 일족은 사람이 되고 이렇게 야호족이 탄생하게 됩니다.

 

야호는 두 종류로 나뉘는데, 여우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본(本) 야호와 야호의 도움을 받아 인간에서 야호가 된 종(從) 야호가 있습니다.

 

주인공 가을은 오래전 눈밭에서 덫에 걸린 여우를 구해준 적이 있는데 이 여우가 야호족의 우두머리인 령이었습니다. 환웅이 내린 최초의 구슬의 주인이기도 하죠. 은혜를 잊지 않는 야호족은 가을 모녀가 생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구슬의 힘으로 이들을 구해주었습니다.

 

그리하여 가을 삼대 모녀는 종 야호가 되면서 영원히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오고 있었던 것으로,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오백 년째 열다섯인 삶을 계속 살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비한 힘을 가진 야호족의 구슬을 노리는 호랑족은 구슬의 힘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야호족은 이러한 호랑족의 계획을 저지해왔습니다. 구슬은 매 500년마다 새롭게 생성되는데 이 시기에 두 종족은 큰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구슬 전쟁이 일어나는 해당 시기가 바로 소설 속의 시간인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백 년째 열다섯은 구슬전쟁 이야기와 영원히 생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고민과 성장이 어우러지는 K판타지라 볼 수 있습니다.

 

감상평을 이야기하자면 아주 심플하게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소설 전반의 문장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짤막한 형식으로 되어 있어 굉장히 잘 읽힌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충실한 스토리 전개는 놓치지 않는 느낌입니다.

 

이제는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가을을 스쳐 간 아이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다. 시간은 흐르고 또 흐르니까. 하지만 가을은 여전히 열다섯에 멈춰 있다. p.27

 

더하여 영원히 산다는 것, 영원히 열다섯에 머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주인공 가을에 대한 고민 역시 담겨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은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항상 같은 시간에 머무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끔찍한 저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정체를 들켜서도 안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신의 신분을 바꿔야 됩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자신의 삶이 껍데기, 혹은 가짜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라 절망할 수도 있습니다. 야호이기 때문에, 영원히 같은 시간에 머무르기 때문에 진실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마음을 열기 쉽지 않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하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같은 삶은 없었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듯, 긍정적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소설 속에서 가을을 좋아하고 그녀를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짝 신우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나누듯 말이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를 각색한 야호족과 호랑족의 구슬전쟁이라는 판타지적 소재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정말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해도 손색없을 것 같은 재미있는 소재입니다. 이 두 종족의 구슬전쟁과 주인공 가을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것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여기까지가 소설 오백 년째 열다섯에 대한 대략적인 줄거리와 감상이었는데요 추가적으로 디테일한 줄거리 및 결말은 아래에 적어두었습니다.

 

아래의 줄거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백 년째 열다섯 줄거리 및 결말]

가을네 삼대 모녀가 야호로 산 지 꼭 오백 년이 되는 해 이들은 한 학교에 전학을 옵니다. 이들의 정체는 종야호로 야호족의 우두머리 령에 의해 야호가 된 사람들이죠. 나이순대로 할머니는 봄, 어머니는 여름, 주인공은 가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이번 대의 삶을 살아갑니다.

 

원래 엄마와 할머니는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됐지만 두 사람이 느닷없이 학교 다니겠다고 해서 세 쌍둥이로 위장하여 같은 학교, 같은 반이 되어 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엄마와 할머니는 외형을 바꾸기 위해 둔갑술을 통해 열다섯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을의 짝은 신우라는 아이인데 말이 없는 아웃사이더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의 지시로 반 티셔츠를 옮기던 중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됩니다. 폐쇄 공간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던 신우. 가을은 불안해하는 신우를 달래주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친해지게 됩니다.

 

가을은 몇 년에 한 번씩 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가 있는데 바로 야호를 부정하고 싶을 때입니다. 점심때 옛날 친구였던 두심을 만난 가을은 방에 틀어박힙니다. 두심이가 자기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이었기 때문이죠.

 

가을이 선화라는 이름을 사용하던 때, 그때의 짝이 두심이였습니다. 도시락도 제대로 못싸오는 선화에게 두심은 도시락을 나눠주었고 가을은 두심이에게 공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두심의 어머니도 당시 가난했던 가을에게 먹을 것들을 챙겨주었었습니다. 그런 두심이는 나이가 들어 교장이 되었고 가을은 오백 년째 열다섯인 채로 두심을 만난 것이죠.

 

가을은 직업도 가질 수 없고, 어른이 될 수도 없는 영원한 열다섯이기 때문에 멈춰 있는 시간에 대한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가을을 위로하기 위해 야호족의 우두머리인 령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종종 하는 구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죠.

 

과거 여우였던 그들이 인간의 모습인 야호가 된 것은 웅녀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며, 웅녀는 령에게 인간과 동물 사이에 중간자가 되어 양쪽 모두를 지켜달라 부탁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령은 환웅에게 최초의 구슬을 받고 일족까지 전부 인간이 됩니다. 이것이 야호족의 탄생비화.

 

구슬을 삼킨 순간 육체의 시간은 멈추는데 영원의 무게를 자신뿐만 아니라 일족들까지 짊어지게 만든 것이죠.

 

범의 동생은 여우가 야호족이 된 것을 보고 욕심을 냈고 야호들을 해쳐 구슬을 빼앗아갔습니다. 호랑족은 점점 강해지는 인간을 극도로 싫어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간세상을 어지럽히고 파괴하려 하죠. 그때마다 야호족이 호랑족을 저지하여 왔던 것입니다.

 

구슬은 오백 년마다 생성되는데 구슬이 생성되는 매 오백 년마다 구슬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야호족과 호랑족은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을 벌였고 그때마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원이 생겨, 구슬 전쟁시기 외에는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협정을 맺었었던 것입니다.

 

령을 만나 기분이 풀린 가을은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되고 생일날에 신우와 둘이서 놀러 갑니다. 그러던 중 영빈이를 만납니다. 영빈이는 가을의 어머니가 아들처럼 키웠던 아이였고 주인공과는 동생과도 같은 사이였는데 자기를 보고도 아는 체도 안 한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이를 엄마에게 말하고 어머니가 영빈이를 만나고 옵니다. 그러면서 영빈이가 아프다고... 백발의 할아버지가 된 영빈은 나이가 들어 아파서 기억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허무한 건 그들일까 아니면 영생을 사는 우리들일까 반문합니다. 동시에 신우가 자신에게 준 글을 읽고 마음이 흔들려 눈물을 흘립니다.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 올해는 오십 년에 한 번 전 세계 야호족들이 모이는 날로 축제를 벌이는 날이 다가옵니다. 가을 모녀 역시 축제에 참가하죠. 하지만 야호족들은 가을을 달갑지 않게 여깁니다.

 

왜냐하면 가을이 야호족임과 동시에 호랑족의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과거 어머니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가을을 낳았는데 그 남자는 호랑족의 범녀의 아들이었던 것. 범녀는 자신의 아들과 인간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웅녀가 남긴 예언이 두려워 가을 모녀를 해치려고 했었던 것이었죠.

 

예언인 즉 이종 간의 결합으로 난 아이는 단군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약 또다시 그런 아이가 탄생하면 종족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 했기 때문이죠.

 

그리하여 이들은 할머니와 어머니, 자신을 해치려 했고 생의 끝에서 령이 구슬로 은혜를 갚아 자신들을 살려준 것이었습니다. 다시 가을 모녀를 해치려고 찾아왔지만 이제 이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닌, 야호가 되었기 때문에 건들지 못했던 것입니다.

 

야호들은 가을에게 호랑족의 피가 섞여 있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모임에 어울리지 못하는 주인공은 신우의 집에 놀러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찮게 신우가 자신의 과거 친구, 두심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두심이 아들 내외 손자들과 음식점에 갔는데 폭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가을은 재빨리 특별한 힘을 가진 하얀 병을 꺼내 두심을 지켜주길 빌며 건물로 던졌습니다. 두심이 신우를 꼭 안고 있어서 두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었고 가을은 신우를 살릴 수 있어서 처음으로 야호인 자신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연찮게 가을네는 자신들의 정체를 신우에게 들켜버리는데 신우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가을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야호족의 우두머리 령이 호랑족에게 공격당해 세상을 떠나게 되고 상황은 급변하게 됩니다. 동시에 최초의 구슬은 령에게 없다는 사실 역시 밝혀집니다.

 

오백 년째 열다섯에서 최초의 구슬은 령이 가을에게 주었던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냥 구슬로는 가을네를 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을은 자책하게 됩니다. 령이 최초의 구슬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호랑족에게 당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죠.

 

호랑족이 노리는 건 가을이 가진 최초의 구슬이므로 가을 역시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래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신우를 만나러 갔는데 신우가 호랑족에게 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죠.

 

그리하여 신우를 구하기 위해 수수라는 야호에게 도움을 청해 구슬 사용법을 배웁니다. 알고 보니 신우는 수수의 집 3층에 있었고 가을은 호랑족을 멸족시키려는 수수의 계획에 이용당했던 것이죠.

최초의 구슬은 다른 구슬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가을은 야호뿐만 아니라 호랑의 피가 흐르고 있어 호랑의 구슬도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이죠. 최초의 구슬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가을은 이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구슬전쟁으로 호랑족이 쳐들어 왔을 때, 가을은 최초의 구슬의 힘으로 호랑족과 야호족이 서로의 구슬을 탐할 수 없도록 언령을 구슬에 새기며 전쟁을 종식시킵니다.

 

전쟁이 끝난 후 가을은 학교로 돌아왔고 의문의 전학생이 주인공의 반으로 오게 되면서,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예견하며 오백 년째 열다섯은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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