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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개요

최근 소포클레스의 작품들을 다시 읽었는데요 역시나 그중에서 가장 뇌리에 아로새겨지는 작품은 오이디푸스 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당 작품은 소포클레스 최대 걸작으로 굉장한 부조리를 느끼게 하는 비극인데요 놀라운 점은 이 비극이 진정 비극으로 승화되는 데는 오이디푸스 왕이 진실을 마주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비록 그의 비극이 이미 신탁으로 예언되었고 그렇게 되도록 운명 지어졌다 하더라도 만약 그가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려 하지 않았다면, 혹은 드러날 진실을 외면하려 했다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어쩌면 비극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이야기인 것이죠.

 

게다가 오이디푸스 왕이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으로, 바로 스핑크스의 물리치고 테베의 왕이 된 후였습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그의 인생 최고의 순간에 찾아온 끔찍한 비극을 통해 우리에게 근원적으로 내재한, 삶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을 정말로 잘 표현한 걸작입니다. 더하여 오이디푸스는요 그 잔혹한 진실 앞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똑바로 보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이야기는 오랜 세월을 넘어 회자되고 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아래는 이 오이디푸스 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줄거리

우선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의 서사시에 들어가기 앞서 우선 이야기의 배경을 먼저 알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테베의 왕이었던 라이오스가 의문의 괴한의 습격을 받아 세상을 떠나고 홀몸이 된 그의 아내 이오카스테는 테베의 골칫거리인 스핑크스를 물리치는 자에게 그와 결혼하여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합니다.

 

코린토스의 왕자였던 오이디푸스는 여행 중 테베에 이르러 이런 소문을 듣고 스핑크스를 찾아가 그가 낸 수수께끼를 풀어 스핑크스를 물리치고 약속대로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테베의 왕이 되었죠.

 

그런데 갑자기 테베에 재난 발생하자 이에 대한 원인과 해결 방안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바로 여기서부터가 소포클레스가 쓴 오이디푸스 왕의 시작입니다.

 

(오이디푸스 왕의 시작 구절)

 

오이디푸스는 어떻게 하면 테베에서 발생하고 있는 재난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 크레온을 통해 아폴론의 신탁을 듣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선왕이었던 라이오스를 해한 자들을 찾아 그를 추방하거나 처단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오이디푸스는 선왕을 해한 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불러 진실을 묻습니다. 그런데 그는 한탄만 할 뿐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으려 하죠. 그러자 화가 난 오이디푸스는 “그대는 귀도, 지혜도, 눈도 멀었으니까”라 말하며 그를 비난합니다. 그러자 눈먼 예언자는 선왕 라이오스를 해한 이가 오이디푸스임을 암시하는 말을 남깁니다. 물론 왕은 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죠.

 

그런데 점점 더 진실을 파고들어 가 보니 예언자의 말대로 선왕 라이오스를 해한 사람이 어쩌면 자기 자신일 수도 있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이는 아내인 이오카스테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밝혀질 진실에 불안을 느낀 이오카스테는 이 이상 진실을 파헤치지 말아 달라며 간곡히 부탁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앞으로 다가올 비극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진실을 추적해 나갑니다.

 

그리하여 밝혀진 진실은 오이디푸스는 선왕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의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즉 그는 아버지를 해치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자식을 가진, 금기를 깬 파렴치한 인간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것은 아폴론의 사제로부터 받은 신탁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결국 그의 생은 운명 지어진 부조리와 비극으로 점철되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의 아내임과 동시에 어머니인 이오카스테는 이 끔찍한 진실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두 눈을 멀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테베에서 추방당하며 원로들의 비극적 운명에 대한 한탄과 함께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해석 및 감상 후기 (생각)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문학작품입니다. 우선 구조적으로 보면 테베에서 일어난 재난은 누군가가 선왕 라이오스를 해했기 때문이고 이에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결국 그가 선언한 대로 그는 스스로가 선왕을 해한 자임과 동시에 테베의 재난이라는 진실을 규명합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의미심장합니다. 사실 그는 진실을 규명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우선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진실을 알지만 이를 굳이 밝히지 않고 묻어두려 했습니다. 이는 아내면서 어머니인 이오카스테 역시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오이디푸스에게 진실을 밝히지 말라며 간곡히 부탁하죠.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기어코 진실을 규명하여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고 맙니다. 오이디푸스 왕은 눈먼 예언자를 통해 그리고 사건을 추적해 나가면서 불길한 예감을 느꼈지만 최후에 이르러서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사자와 목자를 추궁하여 진실을 알아내는데요. 모든 비극은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이 진실을 마주하려 했던 결과였던 것이죠. 그는 진실을 규명하지 않거나 혹은 그것을 묻어둘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한 것입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이야기 전반적인 측면에서 볼 때 굉장한 부조리극으로 느껴집니다. 그 역시 과거 아폴론으로부터 아버지를 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자식을 가질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예언을 피하기 위해 코린토스로 떠나 떠돌다가 테베로 오게 되었던 것이죠. 결국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비극적 운명을 피하기 위한 선택과 노력은 결과적으로 테베에서 그에게 주어진 운명을 실현시키는 단초가 되어버리 것으로 지극히 부조리합니다.

 

 

게다가 테베에서의 재난은 자기 자신의 운명 때문에 발생한 일이며, 눈먼 예언자에게 "귀도 지혜도 눈도 멀었다"고 분노하지만 정작 그는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진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진실로 눈도 먼 자는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며, 진실이 밝혀진 후에는 스스로 눈을 멀게 합니다.

 

 

또한 테베의 재난을 가져온 이에 대해 저주를 퍼붓는데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대한 저주가 되는 것이며, 스스로의 저주대로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죠.

 

그리고 라이오스를 해친 이를 찾겠다는 맹세는 결국 자기 자신이 금기를 행한 사람이라는 진실을 밝히겠다고 맹세하는 것으로, 바꾸어 말하면 라이오스를 해친 이는 자기 자신이며 테베의 재난은 친부를 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비극적 운명을 지닌... 자신의 존재 자체가 테베의 재난임을 사람들에게 밝히겠다고 맹세한 바와 다름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이디푸스 왕은 구조적으로 볼 때 굉장히 정교한 부조리 문학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가 어떤 노력을 했든 간에 결국 예언은 피할 수 없었고 실행되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정해진 운명 앞에 굴복해야만 하는 것인가? 오이디푸스가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했던 모든 일들은 결국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오이디푸스 왕을 보면서 놀라웠던 점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피하지 않고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이었습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파멸을 초래할지라도 말이죠. 그는 진실을 자유로운 의지로 선택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이디푸스의 이러한 진실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가 느끼는 불안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불안이란 무엇인가? 그를 보며 느낀 점은 불안은 바로 자유의 가능성이란 것입니다.

 

누구도 그에게 진실을 밝히길 권하지 않았습니다. 눈먼 예언자도 그리고 그의 어머니임과 동시에 아내인 이오카스테도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안을 안고 진실을 알기 위해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입니다.

 

비록 그가 운명 지어진 부조리를 마주한다 할지라도... 그리고 진실이 그를 파멸로 몰아간다 할지라도 말이죠. 이오카스테는 진실을 마주하고 살아갈 용기가 없어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오이디푸스는 스스로에 대한 책임으로 두 눈을 멀게 했을지언정 결국 그 비극을 안고 살아가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눈먼 예언자는 진실을 알았고 눈뜬 오이디푸스는 진실을 몰랐지만 이제 그는 눈먼 예언자처럼 세상은 보이지 않지만 진실을 보는 사람이 된 것이죠. 그리고 이제 그는 누구보다 진실한 인물이 된 것입니다. 비록 그의 두 눈은 이제 멀어버렸지만 진실한 사람이며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거듭난 것이죠. 정말 대단한 서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은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데요 그래서 더욱 이 작품이 인간의 근원적 비극과 불안과 인간의 의지란 관점에서 더 재미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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