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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매직 더 개더링의 추억

모든 인류를 파괴한다라는 매직 더 개더링 만화를 보고 최근 굉장히 추억에 잠겼는데 정말 그 시절의 이야기를 잘 고증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 역시 만화의 주인공 하지메처럼 당시에 흑색의 매력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때이기도 하고요. 당시에 네크로포텐스를 필두로 한 컨트롤이나 흑색 위니 계열을 정말 많이 굴렸습니다. 만화를 보고 옛 추억에 잠긴 겸 90년대 당시 매직 더 개더링 추억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처음 매직 더 개더링을 접한 시기는 95에서 96년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 은근 학생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TCG였고 4판부터 우르자 사가까지 몇몇 에디션의 한글화에 힘입어 매직 더 개더링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좋아지기 시작했던 시기입니다. 저는 자주 다니던 레코드 가게에서 처음 접했는데 인기가 많아지자 어느 순간부터 매직 더 개더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어 이때 주인아저씨를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죠.

 

매직 더 개더링에 흠뻑 빠져든 계기는 멋진 일러스트와 판타지적 세계관이었습니다. 고전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멋진 일러스트들과 명확한 각 컬러 별 특징과 대립, 이를 통한 듀얼은 마치 내가 한 세계의 주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죠.

 

대표적인 상극이었던 흑과백 적과청

흑기사와 백기사, 천사와 악마로 대표되는 흑색과 백색의 선악구도, 자연과 거대한 힘을 상징하는 엘프와 거대 괴수로 대표되는 힘의 색 녹색, 오크와 고블린 종족에 더하여 직접 번 데미지로 빠르고 날렵하게 상대방의 라이프를 태워버리는 목적의식에 최선을 다하는 적색, 이와는 반대로 상대방을 방해하고 변수 창출과 드레이크 같은 비행류의 생물들을 통해 게임을 컨트롤하며 차근차근 승리를 얻어가는 청색. 이런 각각의 컬러와 특색에 판타지적 요소들이 더해진 매직 더 개더링은 판타지를 좋아하던 저에게는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레나를 통해 카드를 쉽게 모으지만 실물 기반이었던 이 시기는 그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대부분이 학생이었던 만큼 많은 부스터를 뜯을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었거니와 한 동네에 있는 매직 더 개더링 풀 자체가 굉장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죠. 이때는 트레이딩이 꽤나 일상이었습니다. 바인더를 들고 다니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의 바인더를 보여주고 트레이딩 하는 것이 당연했고 매장 바인더를 뒤져보고 혹시 사거나 팔 것이 있으면 매장 바인더에 넣어두고 했었죠.

 

다른 사람들의 바인더나 매장의 바인더를 보는 이유는 비단 트레이딩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는데,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매직 더 개더링에 어떤 카드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때는 정보가 거의 없었어요. 솔직히 어느 에디션에 어떤 카드풀이 있는지 잘 몰랐던 게 현실이었는데, 다른 바인더들을 열어보며 정보를 얻고 사람들과 만나 게임을 하면서 잘 몰랐던 카드의 쓰임새에 대해 배우고 덱을 다시 짜 보고 이런 식으로 게임하고 다니던 시기였죠. 이때는 매직 더 개더링 블록들은 레어도를 알 수가 없어 솔직히 뭐가 레어인지도 몰랐던 그런 어썸한 시기였죠.

 

이렇게 해도 가진 카드풀은 굉장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게임할 때 횡 전개되면 한 세월 게임하는 일도 부지기수였고 세라 천사나 시반 드래건, 셍기르의 뱀파이어 같은 강력한 카드가 뜨는 순간 게임이 그냥 끝나 버리기도 하는 일도 잦았던, 지금 기준으로는 이게 덱인가 싶었던 시기였죠. 동네 메타, 친구 그룹 메타 중심이었던 캐주얼했던 당시에는 그런 것조차 너무 재미있게 했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매직 더 개더링에 대한 정보 역시 그렇게 풍부하지 않았고 동네 메타에서 덱이란 자기의 로망을 담는 시대였지만 점점 카드풀이 쌓이고 인터 하비 잡지 등을 보며 지식도 늘고 티어 덱의 개념이 생기고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마 저도 이쪽에 조금씩 맞춰가는 분위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월드챔피언십 기념 덱

 

월드 챔피언십 덱을 사용해보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되었고요. 당시 매직 더 개더링 대회 우승 덱을 토너먼트에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챔피언의 해당 덱을 사용해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있었는데요, 대회 덱을 그대로 가져와 만들었기 때문에 정말 좋았습니다. 위 사진처럼 겉은 금색 테두리로 되어 있고 뒷면은 언제 어느 대회인지 표시되어 있습니다. 기념 같은 의미도 있어서 많이 모았었습니다.

 

우선 이번에는 그 당시 게임을 하며 느꼈던 그 시절 매직 더 개더링의 특징들을 한 번 나열해보겠는데 이게 정확히 딱 맞아떨어진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느꼈던 부분들만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 랜드 파괴에 너무나도 관대했던 시대

지금을 기준으로 하면 그 당시는 랜드를 부수는 것에 너무나도 관대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정말 땅 하나만 부수겠다는 일념으로 덱을 만드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을 정도로 대지를 파괴하는 것이 하나의 주요 전략 중 하나였죠. (동네에서 땅 부수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 꼭 있던 시기) 심지어 이때는 땅을 파괴할 수 있는 컬러가 세 개나 되었습니다.

 

 

과거 매직 더 개더링에서 랜드 파괴의 유서 깊은 색은 흑색이었습니다. 싱크홀이라는 알파부터 이어져 온 크레이지 한 2마나 랜드 파괴 주문을 시작으로 아이스 에이지 미라지를 관통하여 지속적으로 랜드 파괴에 관한 주문들이 꾸준히 등장했던 색이었습니다. 당시 흑색을 기준으로 3마나 랜드 파괴는 첫 턴 랜드 파괴와 다름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어둠의 의식의 존재 때문입니다. 이후 시간이 한참 지나면서 흑색은 랜드 파괴에서 점점 손을 떼기 시작하고 랜파의 자리는 적색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녹색도 랜드 파괴 주문을 보유하던 시대였는데 이는 템페스트까지 이어졌습니다. 원형은 알파에서 나왔던 아이스 스톰인데 이 역시 3마나 랜드 파괴 스펠로 정말 랜드 파괴에 관대했던 시기였습니다. 녹색의 특기인 첫 턴 마나 부스팅을 하면 2 턴에 랜드 파괴가 가능했죠.

 

지금에 와서는 적색이 매직 더 개더링의 대표적인 랜드 파괴의 색으로 변했습니다. 당시 한글명 유황비였던 Stone Rain은 알파부터 내려져 온 유서 깊은 랜파 주문입니다. 약탈(Pillage) 역시 얼라이언스에서 등장하였는데 마법 물체까지 파괴 가능한 매우 효율 높은 주문이었죠. 적색 랜드 파괴 주문 중 가장 높은 효율을 지닌 주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레드는 랜드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생물들 역시 꾸준히 등장하였고 이후 매직 더 개더링에서 굳건히 랜드 파괴의 컬러 파이를 공고히 하게 됩니다.

 

당시에 너무나도 불쾌했던 모든 대지를 파괴하는 아마겟돈. 이때 신의 분노와 아마겟돈, 밸런스 등을 통해 모든 혹은 공평하다는 말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깨닫게 되어버렸습니다. (매직 더 개더링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깨달은 시기)

 

아마겟돈은 모든 대지를 파괴하지만 이걸 맞은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진 것과 마찬가지였으며(필드를 잡고 완벽하기 마무리하기 사용하던 피니셔) 쥬란 오브와 밸런스를 통해서도 이 같은 상호작용이 가능했습니다. 즉 가장 적은 랜드를 보유한 플레이어와 랜드 수를 똑같이 맞추라는 뜻인데 쥬란 오브로 대지를 0으로 만들면 아마겟돈 효과가 납니다. 

 

주문에 의해 단일 타깃 랜드가 부서지는 건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이때 백색의 저런 공평함을 가장한 랜드 파괴에는 상당히 싫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메가 여주인공과의 듀얼에서 진 이유: 다음 턴 생명 흡수로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태양빛과 백기사, White Shield 기사단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아마겟돈을 맞았기 때문. 이처럼 아마겟돈은 승리를 확정 지었던 카드.

 

 

매직 더 개더링에서 대지로 기본 대지를 저격할 수 있었던 시대로 가장 사악했던 녀석은 노천광산이었습니다. 기본 대지까지 부술 수 있었던 말도 안 되는 성능을 지닌 탓에 지금 기준으로도 레가시 금지 빈티지 제한입니다. 황야는 논베이직 랜드만을 타깃으로 하는 견제 카드 중 가장 우수한 견제 카드로 현 레가시 포맷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랜드 중 하나입니다. 매직 더 개더링에서 포스 오브 윌, 브레인스톰과 함께 모던과 레가시를 나누는 기준점이 되는 카드이기도 하며 렌과 6호체가 금지를 먹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 마나 부스팅에 너무나도 관대했던 시절. 그리고 너무 강력했던 마법 물체들

이때는 다른 어떤 때보다 마나 부스팅에 관대하다고 느꼈던 시기입니다. 특히 우르자 사가로 넘어가서 대형사고를 쳤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까지 부스팅에 관대했던 것인지는 지금 생각해도 의문입니다. 하지만 당시는 콤보 덱이 아닌 이상은 부스팅을 통해서 낼 수 있는 생물진이 그렇게 강력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이 시절의 매직 더 개더링은 생물진이 지금에 비하면 턱없이 약했던 시기입니다.

 

 

유서 깊은 라노워 엘프와 낙원의 새를 비롯한 녹색의 부스팅 소스들은 상당히 효율이 좋았고 Summer Bloom은 커맨더에서도 사용되고 Wall of Roots는 벽으로 쓰면서 마나를 뽑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솔직히 녹색은 매직 더 개더링에서 부스팅의 근본 컬러이므로 크게 불만은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매직 더 개더링 시초부터 어둠의 의식(Dark Ritual)의 존재는 흑색을 굉장히 강하게 만들었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는데, 후에 어둠의 의식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점은 흑색 유저로서 굉장한 상실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만큼 흑색은 어둠의 의식을 통한 마나 부스팅을 매우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시절이었어요. 그리고 템페스트의 애완용 주머니로도 희생을 통해 마나를 뽑을 수 있었고, 카드를 버리거나 대지를 희생해서 순간적으로 마나를 확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이 시절은 매직 더 개더링 아티팩트 역사상 마나를 뽑는 능력에 있어서는 최고의 효율을 보여주었던 시기입니다. 템페스트의 연꽃잎(Lotus Petal)은 특히나 굉장히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마법 물체였죠. 그 어떠한 조건도 없이 내려놓고 원하는 마나를 뽑을 수 있었던 블랙 로터스 약화판이지만 그 임팩트 어마 무시했습니다. 이외에도 목스 다이아몬드, 마나 저장실까지 정말 아티팩트의 부스팅이 대단했던 시기였습니다. 우르자 사가에서 층전용 열쇠(Voltaic Key)라는 카드가 나와 페널티 없이 재활용 가능했었죠. 후에 이러한 아티팩트들은 우르자 사가의 톨라리아 아카데미라는 대지가 나오면서 난리가 나게 됩니다.

 

대지 역시 템페스트의 고대인의 무덤과 엑소더스의 배반자들의 도시는 2개의 마나를 뽑을 수 있었고 크리스털 베인조차 희생하면 2마나를 뽑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2개 이상의 마나를 뽑는데 제약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들이 가진 페널티는 그들이 가져다주는 어마어마한 마나에 비하면 사실상 페널티도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대지는 우르자 사가로 넘어가서도 여전히 많은 마나를 뽑을 수 있었습니다. 녹색 최고의 대지 가이아의 요람, 백색은 부여마법만큼 마나를 뽑을 수 있는 세라의 성소가 등장하였고, 피렉시아 탑 역시 조건부로 2마나를 뽑던 대지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톨라리아 아카데미였어요. 안 그래도 이때는 아티팩트가 마나 생산을 가속화하는 수단이었는데 거기에 그 수단만큼의 마나를 추가적으로 뽑을 수 있게 되면서 무한에 가까운 마나 생산이 가능했습니다. 이건 나중에 매직 더 개더링 그 시절 덱들에 관해 정리할 때 한 번 쓰도록 하겠습니다.

 

※ 너무나도 효율적인 튜터들의 존재

마지막으로 튜터들의 효율성이 극강이었습니다. 매직 더 개더링 역사상 최고의 튜터들이 존재했던 시기로, 한국 번역에서는 튜터를 가정교사라 번역되었었습니다. 이때 튜터들은 다들 너무 효율이 좋았어요. 특히 뱀파이어 가정교사는 흑마나 하나에 순간 마법 타이밍에 원하는 파츠를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성능을 가졌었는데 무서운 건 비전 이후로 6판에도 재판되었다는 사실.

 

악마의 가정교사, 뱀파이어 가정교사, 미스티컬 튜터는 전부 레가시 빈티지 금지제한입니다. 뱀피릭 튜터와 미스티컬 튜터는 우르자 시절 긴급 밴을 먹었던 Memory Jar 덱에 꼭 들어가는 카드였는데, 이처럼 필요한 카드들을 찾으면 게임이 끝나버리는데 효율적인 튜터들은 이를 너무 쉽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현재 커맨더에서 사랑받으며 잘 살고 있는 중.

 

이번 장은 제가 처음 매직 더 개더링을 접했던 시기에 느꼈던 특징을 조금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그 시절의을 대표하던 덱과 그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아마 화이트 위니와 블랙 위니 덱에서 네크로포텐스, 적자생존/반복되는 악몽, 우르자 사가에 대한 이야기, 톨라리아 아카데미, 메모리자/팅커, 부여 마법 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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