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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늑대아이 결말 해석과 감상

[카페인] 2021. 10. 1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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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아이 결말 해석과 감상]

최근 우연히 보게 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 굉장히 인상 깊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특히 늑대아이 결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여운이 남습니다. 유키가 인간의 길을 선택하고 아메가 늑대의 길을 선택한 것은 스스로의 길을 찾는 것으로 축복받을만한 것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홀로 있는 하나를 보는 것은 뭔가 찡한 느낌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의 길을 존중할 줄 아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늑대아이의 결말에서 유키는 인간의 길을 아메는 늑대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늑대아이를 감상하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아메는 왜 말없이 떠나는가입니다. 폭풍우 치는 위험한 날 집을 나설 때 이를 본 하나는 걱정되어 아들을 찾으러 산을 따라 올라갑니다. 그는 폭풍우 치는 날 왜 매정한 듯 말도 않고 떠난 것일까요? 

 

1. 롤 모델의 부재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나는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인간으로 살래 늑대로 살래?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늑대임과 동시에 인간인 자녀들이 가는 길은 자신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가 이렇게 늑대아이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는 늑대가 아닌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버지의 부재입니다.

 

반은 늑대 반은 인간인 유키와 아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듯 우리의 정체성의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울과 같이 비추는 롤모델의 모방입니다. 유키와 아메는 늑대인간으로 반은 늑대 반은 인간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거울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늑대인간인 아버지이죠. 아버지의 부재는 근본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늑대임과 동시에 인간인 존재가 없으므로 결국 두 사람은 늑대인간이 아니라 늑대이냐 인간이냐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시골 마을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생활

하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늑대로 변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아이들의 본질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두려웠기 때문이죠. 그래서 불안했던 하나는 시골로 이사를 결심합니다. 그리고 인간 마을과 자연 경계점에서의 생활은 아메와 유키가 자신이 되고 싶은 방향을 더 잘 탐구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2. 유키의 선택

어릴 적 유키는 누구보다 활동적이고 호기심 강한 늑대의 면모를 많이 보여줬습니다. 활동적인 유키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친구도 잘 사귀죠. 하지만 보물상자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듯이 그녀는 본질적으로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보물상자 에피소드
어머니 덕분에 학교생황에 잘 적응하는 유키

보물상자 에피소드를 어머니께 들려주자 어머니께서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원피스를 만들어줍니다. 여자 아이인 유키는 여자 인간인 어머니라는 거울이 있기 때문에, 어머니의 도움으로 인간의 삶 쪽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그녀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 것은 소헤이의 귀에 상처를 입힌 순간입니다. 그녀는 두려움에 순간적으로 늑대로 변하여 소헤이의 귀에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그리고 늑대인걸 들킬까 전전긍긍하죠.

 

 

알고 보니 소헤이는 유키가 늑대인간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었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을 지켜온 소헤이를 보며 인간으로서 자신의 늑대인 부분은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시점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소헤이와 같이 관용과 긍정으로만 대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인간으로서의 길을 가는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유키는 사회성이 굉장히 좋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있고 사랑받는 그녀가 인간의 길을 뒤로하고 늑대의 길을 걸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3. 아메의 선택

아메는 안타깝게도 인간 쪽에서는 롤모델을 찾을 수 없는 케이스입니다. 남자인 그는 모방할만한 인간 남자가 없습니다. 따라서 롤모델이 없는 아메는 인간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숲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곳에서 자신의 스승이 되는 여우를 만납니다. 드디어 롤모델이 생긴 것이죠. 그리고 자연에서 지내는 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며 늑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갑니다.

 

하이라이트는 폭풍우 치는 날 그가 집을 떠날 때입니다.

 

인간적인 부분에서 아메는 떠날 때 어머니께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하나는 엄마로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되기 때문에 폭풍우 치는 날 떠나는 아메를 만류했을 것입니다. 역시 걱정이 되었던 하나는 폭풍이 치는 날 아들을 찾으러 산을 올라갑니다.

 

하나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말로 인간이라는 통념에서 보면 그는 아직 보호가 필요한 어린 소년입니다. 그러나 늑대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는 어른입니다. 하나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을 때 그녀를 구해 안전한 장소에 데려다준 것은 아메였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하나는 아메가 떠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아직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산 위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산 가장 높은 곳에 네 발을 딛고 커다란 울음을 토해냅니다.

 

아메는 인간적인 말로 답하는 대신 늑대의 말로 하나에게 증명한 것입니다. 산 정상에서 당당하게 네 발을 딛고 세상을 응시하는 그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만 하는 어린이가 아니라고. 동시에 지금 자신의 모습은 어머니가 준 사랑의 결과라는 것을 말이죠.

 

[마치며]

늑대아이는 이렇게 유키와 아메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유키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녀는 중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집을 떠났다고 합니다.

 

공간적으로 보면 산과 인간 마을 사이에서 양쪽을 체험하며 자신의 길을 찾는 이 두 사람은 이제 완전히 자신이 선택한 길의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유키가 자연과 인간의 공간 사이에서 인간들만 있는 기숙사로 들어간다는 것은 완전한 인간의 길을 가는 것, 아메는 인간과 단절된 산이라는 공간으로 들어가 늑대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을 말하죠.

 

늑대아이는 극적이면서도 마음 따뜻한 장면들이 균형을 이루는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상징적 요소들이 잘 녹아들어 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확실히 마음 따뜻해지는 애니메이션이었네요.

 

늑대와 인간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두 사람은 훌륭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영화의 균형 잡힌 시각은 그들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며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유키와 아메가 나아갈 길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리고 잊지 말아야 되는 것은 두 사람이 온전히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긍정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애정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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