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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기묘한 러브레터 결말

[카페인] 2021. 5. 3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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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러브레터 결말 및 리뷰

 

야도노 카호루의 '기묘한 러브레터'를 읽었습니다. 읽는 중에 굉장한 위화감이 계속 들었는 데 결말에 이르러서야 아 이것이 내가 느꼈단 위화감의 정체였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사실 결말에 대한 내용을 말하는 것은 굉장히 껄끄럽지만 기묘한 러브레터 결말을 얘기하지 않으면 조금 애매해서 결말을 포함시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기묘한 러브레터는 굉장히 재미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남자 주인공 미즈타니 가즈마가 어느 날 SNS를 하던 중 약 30년 전 결혼하기로 하였던 과거 여자 친구 미호코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작됩니다. SNS를 통해 그녀를 발견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데, 기묘한 러브레터라는 제목처럼 이 메시지는 격식을 차린 편지의 형식에 가깝습니다.

 

SNS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일상과 편한 관계에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는 반면, 편지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진중함이 담겨 있습니다. 편지를 쓸 때는 생각과 생각을 거듭하고 자신의 말을 다시 정리합니다. 즉 신중함과 예를 갖춘 형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소설에서는 거의 30년 만에 주고받는 메시지이므로 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면에서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형식은 매우 적합하고 괜찮은 구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편지라는 형식이 왜곡을 형성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묘한 러브레터에서 30년 만에 이루어지는 서로의 생각은 편지라는 형식 속에 주인공들의 진심은 그 안쪽으로 숨어들어갑니다. 진중하고 진실한 듯이 보이는 편지글이지만 그들은 그 형식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러한 것이 굉장한 위화감을 주게 됩니다.

 

애틋하고 세월에 모든 것이 흘러지나가고 남은 것은 그리움과 애틋함뿐이라는 착각 같은 것 말이죠. 그래서 결말까지 그들이 진짜 생각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위화감이 계속됩니다.

 

기묘한 러브레터에서 두 주인공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의 발단은 결혼식 날 홀연히 여주인공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인 가즈마는 그 후 여자 친구인 미호코를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가즈마는 과거 결혼식 당일 사라진 여주인공을 SNS에서 발견하게 되고, 소설은 그녀에게 편지 형식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남주인공이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이 메인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독자들 역시 이 남자 주인공의 심정에서 글을 읽어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들 역시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왜 여주인공은 결혼식 당일에 홀연히 사라져 버렸을까요? 처음에는 편지라는 형식 위에 쓰여진 글에 남자 주인공에게 동정심도 생깁니다.

 

그리고 이 남자 주인공의 흐름 속에서 글을 보기 때문에, 그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독자도 같이 생각의 흐름에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가진 치정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탓이 아닌, 불가항력이라고 스스로 실드를 치며 자신이 불행한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죠.

 

 

반면 자신의 측근인 미야와키가 극단창립 지원금을 가지고 도망친 사건이라거나, 결혼 당일 사라진 여주인공에 대해서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은연중에 타인에 대한 비난이 편지 형식 위에 올라옵니다. 전 약혼자인 유코에 대한 비난도 포함해서요. 감정선이 올라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형식 안에 숨어 있던 본심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나의 불행은 너의 탓이라는 것이죠.

 

기묘한 러브레터의 묘미는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남자 주인공의 본심과 비난, 그리고 반전적인 결말. 여러 사람들의 치정이 드러나는 가운데 남자 주인공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다 나쁘고 파렴치한 사람들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주인공 미호코가 결혼식 당일 나타나지 않고 사라진 이유 역시 여주인공에게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그 이유의 전말에 대해 묘하게 물고 늘어집니다. 독자들 역시 위화감은 가지지만 같은 착각을 하며 이야기를 읽어나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말]

결말에 이르러 그 전모가 드러나게 됩니다. 이유는 남자 주인공이 정상이 아닌 악인이기 때문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미즈타니 가즈마는 타인의 목숨을 빼앗고 무기형을 선고받은 악인이었습니다. 그러나 30년 만에 가석방을 받고 나온 것이죠.

 

남자 주인공의 형식 속에 있는 편협한 시각의 편지가 우리들을 속인 것입니다! 여자 주인공이 결혼식날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이 남자 주인공이 벌인 짓을 알고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미호코는 가즈마가 저지른 또 다른 악행을 신고하면서 마무리됩니다. 주인공은 끝까지 악인이었던 것입니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2년 동안 답장 없는 미호코에게 세 번이나 메시지를 보냈던 것, 은연중에 주소를 물어본 것 등 편지 형식에 가려졌던 묘한 위화감이 드러나네요. 그가 편지에서 반성하는 듯한 태도, 초반부에서 보여준 흘러간 시간만큼 지난 일에 대한 초연한 태도 역시 모두 여주인공의 답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편지 형식 위에 올려 둔 거짓이었습니다.

 

처음 남자 주인공 가즈마에게 연락이 왔을 때 얼마나 소름 돋고 무서웠을까요. 사람은 이기적이어서 본인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설은 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기묘한 러브레터는 SNS와 편지 형식 사이에 간극과 편지 형식의 특성을 이용한, 그 형식 이면에 숨겨진 사람의 심리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드러나고 사건의 전말로 이끌어지는 구성 방식이 이 소설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위화감의 일으키고 반전적인 결말을 느끼게 해주는 인상적인 미스터리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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