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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리뷰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을 읽었습니다. 무라타 사야카의 작품을 역주행하다 결국 최근 작품인 편의점 인간까지 닿는 데 성공했습니다. 읽고 정말로 극찬했습니다. 동시대 현역 작가 중에 이만한 글을 쓰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요. 이러한 작가와 시대를 발맞추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쁩니다. 편의점 인간은 아마 무라타 사야카의 작품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편의점 인간은 굉장히 가볍게 읽히는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무거운 소설이었고 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향기가 났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대에 진정한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치밀한 밑바탕과 강력한 서사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편의점 인간은 후루쿠라라는 여자 편의점 점원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흔히 말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어릴 적 그녀는 일반인과는 다른 사고방식에 주위 사람들을 곤혹에 처하게 하였습니다. 죽은 새를 보고 슬픔을 느끼기보다는 구워 먹자고 들고 오고, 친구들과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삽으로 다른 친구의 머리를 내려칩니다. 정말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정상은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으로 여러 번 혼이 나고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을 괴롭게 하여 스스로를 가두어둡니다.

 

그런 그녀에게 편의점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구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상이 아닌 그녀가 이 사회에서 정상인 존재, 즉 이 사회의 부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은 정상이 아닌 그녀에게 정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표정부터 하나씩 가르쳐주어 사회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게 합니다. 그녀에게 편의점의 점원이 되는 경험은 그동안 불가능했던 정상적인 사회로의 진입을 가능하게 해준 일종의 구원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후루쿠라는 여전히 매뉴얼이 없으면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 모릅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자신이 30대 표본이 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같은 30대 점원인 이즈미의 패션과 화장품 등을 모방합니다. 그리고 평범한 30대 여성의 '인간'으로 보이기 위해 애씁니다. 이 편의점이라는 작은 세계에 있는 한 그녀는 사회의 톱니바퀴이며 정상적인 사람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그녀는 더욱 편의점에 매달렸는지도 모릅니다. 편의점 인간에서 후루쿠라는 항상 편의점과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편의점 음식을 먹고 편의점의 일부가 되고 그것이 세계의 부품으로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편의점에서는 모방을 통하여 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세계에도 균열이 생깁니다. 그녀가 36살이라는 나이에 직장에 취직하지 않고 여전히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며,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처음 편의점에 취직했을 때는 어떤 의미로는 20대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은 사회와 접속해 나가는 단계는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30대가 되면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회생활을 해야 되는 단계적 접속 루트가 있습니다. 즉 우리는 매 시기마다 단계적으로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회와 접속되어야만 합니다.

 

흔히 말해 사회의 루저인 시라하는 편의점에서 이물질이며 배제됩니다. 그리고 시라하는 주인공인 후루쿠라 역시 이 사회의 톱니바퀴에 어긋난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켜 줍니다. 후루쿠라는 시라하를 통해 자신이 이물질이 되었을 때는 시라하처럼 배제당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곧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본인이 이물질이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녀는 시라하와 연애를 하는 척하며 정상인을 다시 연기하려 하지만 결국 사회의 가치관과 어긋난 그녀는 결국 이물질이 되었고 편의점에서 배제됩니다. 편의점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는 이 사회의 톱니바퀴에서 떨어져 나간 것을 의미하고 '삭제'됨을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그녀는 결국 고독으로 내던져진 이방인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서 편의점 인간의 주제의식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편의점 인간은 굉장히 가볍게 읽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의 실존에 대한 질문과 다르지 않습니다. 삶은 언제나 개인의 생각과 바람이 사회의 규범과 부딪히게 됩니다. 항상 사회와 접속해야만 하고 사회가 만들어놓은 매뉴얼대로 살아가는 것을 '정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는 재판을 받습니다. 이방인의 뫼르소가 재판을 받았던 것처럼.

 

이방인에서 뫼르소는 그가 저지른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예를 들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거나 그 직후 마리와 만나서 해수욕을 즐겼던 것 등 그의 일련의 행위가 사회의 도덕과 윤리의 판단 기준으로 그가 아랍인을 쏘았던 사건을 해석합니다. 그것이 본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뫼르소는 자신의 사건에서 철저하게 이방인이 되어 생의 마감을 선고받습니다. 뫼르소의 사건은 그와는 전혀 관계없이 그의 이야기가 멋대로 해석되고 사건이 진행되어 본인 역시 놀랄 정도입니다.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삶,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의 의도와 관계없이 그저 주변 사람들의 가치판단에 따라 해석되고 재생산됩니다. 그것은 그녀의 본질은 아닙니다. 그리고 시라하 역시 말합니다. 보통 사람은 보통이 아닌 인간을 재판하는 게 취미라고.

 

그리고 이 사회의 매뉴얼대로 살지 못하고 사회에서 배제될 때, 우리들은 철저한 이방인에 높이게 됩니다. 그녀가 편의점에서 배제되어 홀로 내던져지고 세상과 단절되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이방인의 뫼르소처럼 그녀의 운명은 그녀의 의도에 관계없이 결정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사회의 매뉴얼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결국 그녀는 이상하게 여기는 부분을 소거해 나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답일까요? 인간은 오로지 나라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녀는 이 사회의 이물질이 되어서야 결국 자기의 삶을 찾게 됩니다. 

 

편의점 인간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배경이 되는 편의점이라는 장소 설정은 굉장히 상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편의점은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서비스업의 최전선에 있는 장소입니다. 자본주의가 집약되어 있는 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본다면 다시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이러한 자본주의에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찾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으로 집약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이 편의점이라는 장소 설정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라하는 후루쿠라에게 정규직 취업을 통해 다시 이 사회의 매뉴얼에 들어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이 제안을 단호히 거절합니다. 후루쿠라는 자신의 본질은 편의점 점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정상이 되기 위해 편의점 점원이 되었지만, 사회에서 배제되고 고독으로 내몰리고 나서야 편의점에서 울리는 소리가 의미를 지니고 그녀에게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사회의 매뉴얼대로 사는 것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본질로서 편의점 점원으로서의 삶을 택합니다. 후루쿠라는 결국 자신을 찾은 것입니다. 편의점 인간은 자본주의를 포함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진중한 의문을 편의점 점원인 후루쿠라의 삶을 통해 이야기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실존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멋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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