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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및 결말]

최근 감상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두 여인의 피어오르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표현이 하나의 예술 작품을 그려나가는 듯한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며 영화의 배경,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음악, 고대 문학의 복선적 요소들이 멋진 서사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컬러와 신화적 요소의 복선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의 해석 부분에 생각을 적어두었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줄거리는 화가 마리안느가 모델 역할을 하며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던 중 한 학생이 화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꺼내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학생이 꺼내 놓은 그림을 보며 아련한 추억에 잠깁니다.

 

과거 그녀는 밀라노 귀족과의 결혼을 앞둔 귀족 영애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의뢰자인 백작 부인은 자신의 딸이 그동안 밀라노로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아했기 때문에 초상화 그리는 것을 거부해왔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백작부인은 화가에게 산책 친구로 가장하여 자신의 자녀 모르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마리안느(왼쪽) 엘로이즈(오른쪽)

마리안느는 산책 친구로서 그녀와 같이 다니게 되고, 곁에서 그녀를 관찰하며 그림을 완성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귀족 영애를 그동안 속여 왔다는 죄책감에 그녀의 곁에 있게 된 진짜 목적을 고백합니다.

 

화가가 그린 초상화를 본 엘로이즈는 이것이 진짜 자신이냐고 반문하며 진실된 자기 모습을 그려내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화가: 그림에는 규칙과 관습, 이념이 있어요.

귀족 영애: 생명력은 없나요? 존재감도? 어떤 감정들은 아주 깊어요.

 

마리안느는 자신의 그림이 비판받자 화가나 그림을 지워버립니다. 그리고 의뢰자인 백작에게 혼이 나고 쫓겨날 위기에 처합니다. 그 순간 엘로이즈가 초상화의 모델을 수락하겠다고 하고, 백작부인은 5일간 섬을 떠나 있을 테니 돌아오기 전까지 그림을 완성하라고 말합니다.

 

“우린 똑같은 위치에 있어요.”

그녀가 모델이 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탐색하고 대화를 나누며 진실로 서로를 더 잘 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탐색은 진정한 마음의 연결로 그리고 선연한 사랑의 감정으로 피어오릅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열정으로 진실된 모습을 담은 그녀의 그림 완성됩니다.

 

한편 서로 사랑하지만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림을 완성한 후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 이야기를 복선으로 이를 암시해왔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음유시인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져 연을 맺지만 불행한 사고로 에우리디케와 일찍이 사별하고 맙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이승으로 데려오기 위해 저승으로 향했고 명계의 왕과 여왕은 그의 연주에 감명받아 이를 허락합니다.

 

다만 그에게 한 가지 단서를 붙입니다.

 

“오르페우스는 끝까지 뒤돌아 보아서는 안된다. 그걸 어기면 끝이다.”

 

이승과 그리 멀지 않은 저승 끝에 다다랐을 때 아내를 잃을까 봐 겁이 났던 오르페우스는 고개를 돌려 그녀가 뒤에 오는지 확인했고 금기를 어긴 대가로 그의 아내는 다시 저승으로 끌려가고 두 사람은 다시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헤어지기 전 문밖을 나서려는 마리안느에게 엘로이즈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뒤돌아봐”

 

 

그녀는 뒤돌아보았고 그곳에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엘로이즈가 서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문이 닫히며 카메라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됩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결말은 헤어지고 시간이 흐른 뒤 마리안느가 미술 전시회에서 엘로이즈가 결혼하여 딸과 함께 있는 그림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밀라노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발견합니다. 마리안느는 비발디 사계를 듣는 그녀를 멀리서 바라봅니다.

 

비발디 사계의 여름은 두 사람의 추억을 그립니다. 연주를 듣는 엘로이즈의 표정은 지나간 둘의 시간을 추억하고 연주가 끝이 남과 동시에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해석]

1. 컬러에 관한 해석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컬러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파란색입니다. 푸른색은 영화 내에서 우울함과 절망을 대표하는 색입니다. 우선 엘로이즈가 머무는 저택은 섬으로 그 주변은 푸른 바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바다는 공간적으로는 하나의 장벽입니다.

 

또한 엘로이즈는 짙은 푸른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방의 배경을 역시 옅은 파랑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 섬의 저택에 갇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남자와 결혼을 기다리는 처지입니다.

 

결국 푸른 드레스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과의 결혼에 대한 우울한 마음과 세상의 억압과 그에 대한 절망을 나타내는 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섬, 푸른빛의 집 내부, 푸른빛의 드레스는 이러한 상황과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죠. 그녀의 주위는 어두운 것과 푸른 것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반면 마리안느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붉은빛을 띠고 있습니다. 열정적이고 도전적임을 나타내는 색입니다. 그녀는 아버지 화가 일을 이어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상당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엘로이즈와 달리 결혼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붉은빛은 그녀의 상징이며 그녀의 이러한 열정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장면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들은 직후입니다. 엘로이즈는 그 사실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화가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죠.

 

때문에 엘로이즈의 드레스가 파랑에서 녹색으로 바뀔 때 이 컬러의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그린 컬러로의 변화는 성장 원동력, 새로운 방향성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보여줍니다.

 

녹색 드레스를 입고 그림의 모델이 되면서 두 사람은 평면적으로, 진정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되고 사랑이 시작됩니다.

 

어두운 밤 축제의 현장에서 엘로이즈의 드레스 밑자락에 불이 붙습니다. 영화를 지배하는 또 다른 컬러는 블랙인데 그 어둠 속에서 선연하게 불이 피어오릅니다. 어둠 속에서 푸르른 드레스에 선연하게 타오르는 불이 붙는 것은 어둠 속에서 피어오르는 것은 억압을 태워버림을 상징하며 동시에 사랑의 시작, 희망, 열정 등을 나타냅니다. 짙은 어둠이기에 이 불빛은 더욱 선연해 보입니다.

 

2.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결말 해석 – 오르페우스 신화에 대해서

영화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가져옵니다.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가 그녀를 다시 데려오려 합니다. 하지만 뒤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어겨 그는 실패하게 되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마리안느가 바다가 둘러싸인 섬으로 주인공을 만나러 가는 것은 빗대면 저승으로 간다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말은 서로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영화 중간중간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엘로이즈의 환상이 섬뜩하게 유령처럼 등장하는 것은 저승의 이미지를 연상케 합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완수한 후 그녀는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때 엘로이즈가 그녀에게 뒤돌아보라고 말합니다. 마리안느는 뒤돌아보았고 결국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엘로이즈를 보게 됩니다. 금기를 어긴 것이죠. 운명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모습은 저승에 있는 듯한 창백한 이미지입니다.

 

오르페우스 신화를 그대로 따라가는 이 결말에서 의미심장한 부분은 엘로이즈가 화가에게 뒤돌아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원래 신화에서는 오르페우스, 즉 마리안느가 뒤돌아봤는데 말이죠.

 

결국 뒤돌아본 대가로 신화의 이야기와 같이 화가는 떠나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됩니다. 엘로이즈는 저승에 남은 것이고 화가는 다시 이승으로 돌아간 것이 됩니다. 이승과 저승이기에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없습니다.

 

훗날 전시회에서 그려진 엘로이즈의 그림 역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연주회에서 우연히 멀리서 엘로이즈를 보게 됩니다. 마리안느는 그녀에게 달려가지 않아요. 대신 멀리서 지켜만 봅니다. 이승과 저승의 상징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이 연주되며 엘로이즈는 삶이 그들에게 주어진 것을 바꿀 수 없지만, 연주를 들으며 두 사람이 함께 했던 시간의 기억을 꼭 붙잡고 끝납니다. 이를 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은 화가가 있는 자리, 즉 마리안느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리안느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영화에서 말하듯 시인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사랑했던 시간들은 선연하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서로의 마음에 남아 있으며 아련한 추억과 삶의 희망이 되어 지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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