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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폴리틱스 요약 및 감상문: 인간을 비추는 거울
침팬지 폴리틱스는 과학 도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들의 행동양식은 인문학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아른험이라는 동물원에서 자라는 침팬지들에 대한 관찰 보고서입니다. 야생 침팬지는 일반적으로 먹을 것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합니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소모하는 시간이 많아 사회적 활동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아른험에 있는 침팬지들은 먹이를 구하러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동물원에 사는 침팬지들은 사회화를 위한 시간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동시에 거주지가 제한되어 있으므로 집단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놓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아른험 동물원에서 침팬지들 사회화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 좋은 요건을 만듭니다.
침팬지는 기본적으로 서로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모든 동물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서로를 알아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동물도 위계구조를 형성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만날 때마다 서로의 서열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불편함이 따르며 집단이 안정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서로를 알아보는 능력은 우리 인간이 그렇듯 인식을 가능하게 하고 유대와 공감도 가능하게 하여 집단 역시 안정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자마자 누가 누구인지,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서로를 알아보는 능력이 안정된 서열구조의 전제조건입니다.
여기에 더해 삼각관계의 인식 역시 안정된 서열구조의 전제조건입니다. 이것은 자신 다양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자신 이외의 다른 개체들 간 사회적 연결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는 자기 자신이 다른 이들과 어떤 조합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사회적 환경에 존재하는 온갖 관계들을 감시하고 평가한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목적성을 가지고 생각하는 능력이 더해져 그것이 그들 사회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과 유사한 그들의 굉장히 놀라운 능력입니다.
침팬지 폴리틱스 책에 있는 사례 한 가지를 보자면 어린 침팬지가 장난을 치고 있고 그들의 엄마 침팬지들은 그늘 아래 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어린 침팬지들은 장난을 치다가 이것이 다툼으로 번지게 됩니다. 어미들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와중에 한 어미 테펄이 암컷 침팬지 우두머리 마마의 옆구리를 찔러 깨우고는 싸우는 두 어린 침팬지를 가리킵니다. 그러자 마마는 두 어린 침팬지를 혼내며 싸움을 말리고 다시 잠이 듭니다.
이 사례에서 보면 어린 침팬지들의 놀이가 싸움으로 변하고 이러한 다툼이 엄마 침팬지들의 싸움으로 번질까 혹은 더 확장되어 집단의 다툼으로 번질까 우려되는 상황이 됩니다. 이때 한 어미 테펄이 권위 있는 제삼자인 여자 침팬지 우두머리 마마에게 상황을 알려 중재를 요청해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권위 있는 제삼자 마마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테펄이 사회적 경험에 더불어 두 아이의 싸움이 집단의 화를 부를 수 있으며, 마마의 지위를 인식하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삼자의 중재를 끌어오는 것은 모든 사회적 연결에서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목적성을 가지고 생각하는 것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무리의 우두머리를 정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른험 동물원에는 대표적으로 세 마리의 수컷 침팬지가 있습니다. 이에룬과 라윗, 니키입니다. 처음에는 이에룬이 집단의 리더였습니다. 하지만 라윗이 성장하고 이에룬에게서 우두머리 자리를 빼앗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항하여 이에룬과 니키가 연합을 맺게 되고 연합의 니키가 우두머리로 올라섭니다. 이때 라윗은 이에룬과 니키가 연합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니키가 가까이 있을 때에는 이에룬과 싸우려들지 않았던 것이죠.
침팬지 폴리틱스의 묘미는 이러한 침팬지들의 권력다툼입니다. 서열에 대항하여 간접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어떤 침팬지를 지원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적인 연합을 구축하여 우두머리에 대항하거나 반역을 계획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권력의 역학에 암컷과 여타 구성원들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우리들의 정치방식과 굉장히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은 그들의 지위에 맞는 역할을 이행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구성원들의 지지을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힘이 모든 것을 결정짓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리더는 질서를 유지하는 대가로 집단 구성원들로부터 지원과 존경을 받는데 니키가 이에룬과 연합하여 권력의 정상에 올랐을 때 그는 우두머리였지만 이에룬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습니다. 실질적인 지배권은 이에룬이 쥐고 있었던 것입니다. 리더는 질서를 유지해주는 대가로 집단 구성원들로부터 지원과 존경을 받는데, 니키에게는 이러한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이러한 집단의 안정화에 역할을 한 것은 이에룬이었습니다.
통계적으로 이에룬은 이 기간 동안 집단 내에서 벌어진 싸움에 개입해 약자를 도운 비율은 82퍼센트에 육박했으나 니키는 22퍼센트에 불과했고 따라서 집단의 존경은 이에룬에게 모아져 이인자이지만 효율적으로 니키에게 저항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덕에 니키가 집단의 실질적인 리더로 공고히 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귀족 원조를 받아 군주권을 얻는 것은 평민들의 지원을 받아 군주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귀족들은 스스로를 군주와 동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군주는 원하는 대로 그들을 지배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 마케아벨리 군주론-
여기서 귀족 이에룬을 군주에 니키를 대입하면 이것은 인간사의 정치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침팬지 폴리틱스에서 침팬지들의 역학을 관찰하면 결투의 결과, 곧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착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의 권력 투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사회적 네트워크와 이들을 대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입니다. 즉 사회적인 배경이 바로 자신감을 형성하는 요인인 것이죠.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는 그들의 지위에 맞는 의무에서 나옵니다. 동시에 이들의 권력투쟁에서도 혹은 여러 다양한 사회생활에서도 명백한 룰과 금기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들 사회는 인간들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들의 모든 사회생활은 정치적인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입니다. 그들의 룰에서 서열은 공식화되어야만 하지만 그렇다고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각 개체의 영향력이 공식 서열과 일치하지 않는 복잡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른험 동물원에서 우두머리는 니키이지만 이에룬과 마마가 때로는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리고 집단의 균형과 안정을 추구하고 사회적 호의를 교환하는 이러한 대부분의 행동이 인간을 투영합니다.
동시에 그들의 이러한 행동들은 본능적이면서도 논리적 정합성과 민주성을 동반합니다. 이들은 그들 사회가 균형에 이를 때까지 영향력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침팬지 폴리틱스를 통해 이들을 관찰하는 것은 유인원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행동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깨달음을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