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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소한 일상
최애 타오르다 리뷰 및 간단 해석 본문
최애 타오르다 줄거리 및 개요
최애 타오르다는 우사미 린의 장편소설로 2021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 책을 읽을 때 기대감이 상당했습니다. 제목부터 굉장히 특이한데 최애 타오르다에서 최애는 가장 아끼는 아이돌 멤버라는 의미이며, 타오르다는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최애 타오르다는 가장 아끼는 아이돌 멤버가 논란이 되었다는 의미로 굉장히 신신선 소재라 느꼈습니다.
우선 최애 타오르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 아카리는 사회와 친숙하지 못한 고등학생입니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구원은 최애 마자마좌 멤버 마사키를 좇는 것입니다. 세상의 무거움에 짓눌리는 아카리에게 있어 최애에 대한 덕질은 현실의 무거움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입니다. 그녀는 최애 마사키를 좇으며 그의 인터뷰나 라디오 등을 기록하고 그를 통해 최애를 해석하려고 하죠. 소설은 그녀가 최애를 좇는 것을 길을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과 같이 무의미한 것을 깎아내고 척추만 남기는 수행의 길로 묘하사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카리의 최애 마사키가 팬을 때렸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리고 그 일로 SNS는 떠들썩해지죠. 이해할 수 없는 최애의 행동과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주인공의 삶을 크게 뒤흔들어 놓게 되는데요 최애 타오르다는 아이돌에 빠진 주인공 아카리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그녀의 성장을 담는 이야기입니다.
감상
최애 타오르다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게 보는 점은 바로 아이돌에 목메는 주인공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흔히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이돌이 대세인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문화와 생각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당연한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최애 타오르다의 주인공 아카리는 사회와 친숙하지 못한 고등학생며 그에 대한 구원으로 최애에게 흠뻑 빠져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도피라 느낄 수도 있지만 소설 속의 표현으로는 그런 의미로 단순화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문에서는 최애를 좇는 것을 몸을 깎아 쏟아붓는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어떤 의미에서는 이 현실을 초월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주인공 아카리에게 마자마좌 멤버 최애 마사키를 좇는 것은 그녀를 짓누르는 이 무거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며, 삶의 의미임과 동시에 생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현실을 초월한 그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애가 없는 삶을 여생이라 표현할 정도니까요.
최애가 있으니 삶의 편에 머무를 수 있고 삶이 고행일지라도 최애를 위해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이처럼 주인공 아카리에게 혹은 최애를 가진 다른 사람에게 그것은 삶의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애를 좇는 아카리의 내면의 생각들을 보며 그것은 생각보다 무겁고 최애를 가진 사람들의 생각 역시 어떤 면에서는 이상을 바라는 우리들의 삶과 큰 틀에서는 유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석 및 결말
아래는 최애 타오르다의 간단한 해석으로 이야기의 대립구조와 장면 등을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가 포함되니 책을 다 읽으신 분들만 봐주세요.
우선 최애 타오르다는 명백한 대립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위의 구절이 그것을 굉장히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피부와 현실 그리고 일반인들의 평범한 일상은 같은 맥락을 이룹니다. 그리고 뼈와 이상 혹은 초월적인 것과 열반 같은 것(예를 들면 수행을 한 스님에게 사리가 나오는 듯한 이미지) 그리고 비일상은 같은 의미로 맥이 통하고 앞의 피부, 현실, 일상과 대립구도를 이룹니다.
학교 생활과 아르바이트, 집안일, 일반적인 취미, 살을 찌우는 것 등이 현실의 편에 있는 것입니다. 어른이라는 명사 역시 마찬가지죠.
반면 최애의 굿즈를 모은다거나 콘서트를 간다거나, 최애의 물품들로 채워놓은 방, 무의미한 것들을 없애고 살과 대립하여 척추만 남는다는 것 등이 위의 표현들과 대립을 이룹니다. 아카리는 이를 역행한다고 말하며 현실의 측에 있는 것들은 무의미한 것이며, 이를 깎아낸다고 표현합니다. 마치 순례자의 길을 가는 것처럼 말이죠.
첫 문장이 중요합니다. 아이돌은 우상과도 같은 존재로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언제나 이상적인 이미지를 가진 아이돌이 감정을 드러내는 분노에 의한 행동은 이상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편에 더 가까운 행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카리에게 있어 현실의 편에 있는 사람이나 할법한 하는 행동을 최애가 해버린 것이며, 결국 이 사건은 최애가 이상에서 현실의 삶으로 내려오게 하는 단초가 됩니다. 이 사건 이후 아카리가 응원하던 최애는 멤버 투표에서 마지막 위치로 내려앉게 되었고 이에 아카리는 추락하는 최애를 다시 상위 멤버로 올려놓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 최애를 좇습니다. 이 모습이 마치 순례자를 연상시키죠.
현실과 최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던 아카리는 이때부터 현실의 삶 쪽은 완전히 망가지게 됩니다. 순례자와 같은 삶을 살게 되면서 학교는 진급불가로 그만두게 됩니다.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집은 오히려 붕괴를 갈망한다.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위와 같으며 어떠한 의미로는 이 소설의 핵심이라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할머니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할머니의 별세 이후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가서 살게 됩니다. 할머니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균형이 무너지는 일은 최애가 소설 첫머리에 일으킨 사건과 동일하며, 균형이 깨지고 붕괴하는 것의 비유로 이후의 암시이기도 합니다.
결말에 이르러 최애는 결혼반지를 끼고 은퇴를 발표합니다. 결국 이상적이고 초월적인 세계의 이미지에서 현실의 인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최애의 은퇴, 그리고 그가 현실에 들어감에 따라 그녀 역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빛이 방 전체를 비춤과 동시에 뼈도 살도 나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무거운 현실조차 인정하는 긍정입니다. 마지막에 페이지에서 그녀가 면봉을 줍고 바닥을 어지른 것까지 주워서 청소를 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앞으로의 길고 긴 여정이라는 말은 이를 함축합니다. 청소라는 것은 앞서 대립구도에서 말했던 것처럼 현실의 일이죠.
어쩌면 최애 타오르다는 결국 주인공 유카리가 최애가 사고를 치지 않았어도 어찌 되었든 현실을 인정하는 길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였습니다.
최애는 언젠가 은퇴하거나 그룹을 졸업하거나 사라질 수 있다. (중략) 나는 최애가 사라지면 다른 최애는 새로 찾기 못할 것 같다. 앞으로 영원히, 내 최애는 우에노 마사키뿐이다.
위는 최애 타오르다 앞부분에 나오는 구절인데요 해당 구절에 적혀있듯 아이돌이라는 것은 결국 언젠가는 스스로의 자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어요. 결국 영원히 아이돌일 수는 없는 것으로 그녀의 최애에 대한 덕질은 영원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상을 나타내는 마사키의 아이돌로서의 삶은 결국 시간적인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히카리의 최애는 우에노 마시키뿐이라 말하듯 그것이 유일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영원적인과 시간적인 것, 즉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최애가 갑작스럽게 논란의 중심이 되어 스스로 아이돌의 자리(이상)에서 내려옴으로써, 그리고 그 이상이 무너짐으로써 이러한 대립구도를 빠르고 심도 있게 현실화시킨 것입니다.
결국 문학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최애 타오르다는 아이돌을 좇는 주인공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이를 이상을 좇는 순례자의 형태로 표현하였으며, 동시에 이상과 현실의 삶을 그 대립점으로 현실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문학에서 자주 묻는 질문인 좌절된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과 굉장히 유사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이르는 결말도 같다는 점이 눈여겨볼만한 점입니다. 누구나 이상이 좌절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가 겪었던 이 아픔은 그녀를 더욱 성장시켜 어른이 되어가듯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문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