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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간단 감상

온리업은 저에게 있어서는 정말 묘한 느낌을 주는 게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몇몇 유명 스트리머들이 플레이하는 영상으로 보았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악명 높아 보이는 게임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독립적인 자기를 찾아서 위를 향해 가는 모습이 엔딩에 이르러서는 정말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했습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상징적으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각 스테이지의 배경과 나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이었는데요. 내레이션의 경우 일부 추상적인 표현으로 해당 장소들과 결합되어 상당한 해석의 가능성을 동반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요 아래는 온리업의 스토리와 해당 스테이지에서의 내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아래를 보면 아찔해지는 게임

 

참고로 온리업(Only Up) 이 게임은 3D에 멀미가 있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하기 힘듭니다. 익숙해지면 상관없지만 저도 처음 할 때는 진짜 손에 땀이 많이 나고 덜덜 떨었거든요. 정말 보는 것과 다르게 직접 해보면 느낌이 상당히 다르니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분들은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끔찍한 점은 온리업은 세이브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는 저는 이 게임의 각 스테이지마다의 배경과 상징적인 요소들을 돌아보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홀로 엔딩에 이르렀을 때의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여러 의미로 상당히 기억에 남는 게임이었습니다.

 

온리업 스토리 및 내레이션

스팀의 온리업 게임 소개

 

온리업의 스토리는 10대 재키(Jackie)의 이야기입니다. 뒤에 잭과 콩나무(Jack and the beanstalk) 이야기와 이를 상징하는 장소가 나오는 걸로 추측건대 재키(Jackie)란 이름 역시 잭(Jack)과 콩나무의 잭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주인공 재키는 가난한 빈민가(파벨라: Favela)에 사는 아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레이터가 다음과 같이 말을 하죠.

 

We need to get to the top.
I'm sure we'll make it.

우리는 정상으로 가야 돼.
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이 목소리는 어쩌면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일 수도 있고 재키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재키는 자기를 찾아서 위를 향한 모험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구간은 철도 구간입니다. 해당 구간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The railroad was opened here 120 years ago.
My grandfather worked here, I often went to see him.
My grandfather worked here for 60 years and then he died.


120년 전 이곳에 철도가 개통되었다.
내 할아버지가 여기서 일하셨고, 나는 자주 할아버지를 뵈러 갔었다.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60년 동안 일하시다가 돌아가셨다.

 

철도는 산업화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산업화 시대에 철도 관련하여 일을 했었고 해당 구간에서 재키는 할아버지를 추억합니다.

 

잘 보면 온리업의 첫 번째 스테이지는 빈민가로부터 출발하는데 주인공 재키가 올라가는 길은 과거시대부터 시작됩니다. 바로 할아버지 때의 철도 산업화 시대부터 아버지가 일하는 석유 시대를 거쳐 점점 현대화되는 고층 빌딩이 있는 장소로 말이죠.

 

자신이 살고 있는 빈민가를 바라보는 주인공.

 

재키는 철도를 타고 가며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의 전경을 바라봅니다. 바로 그가 살고 있는 빈민가를 말이죠.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This is where everyone lives in poverty, which is hard to get out of.
이곳은 모든 사람들이 가난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곳이다.

This is where my whole life and the lives of my God damn parents have been.

이곳은 내 평생과 망할 부모님의 삶이 있었던 곳이다.

 

추락하면서 방벽 안쪽을 바라보는 주인공(= 실수해서 떨어지는 나)

 

반면 방벽 안쪽은 어떤 세상일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온리업의 시작점이지만 절대로 갈 수 없는... 방벽으로 막혀 있는 장소.

 

한눈에 봐도 파벨라와는 전혀 다른, 고층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당 장소를 바라보는 주인공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만약 방벽 바깥의 빈민가가 아니라, 방벽 안쪽의 고층 빌딩이 즐비한 장소에서 살았다면 재키의 선택은 지금과 달랐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철도에서 내리면 코끼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코끼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You won't make it. You're a weak kid. 
넌 할 수 없어. 넌 약한 아이다.

Go back to the favelas. Your friends are there. 
빈민가로 돌아가라. 네 친구들이 그곳에 있다.

Your destiny and life is there. You have to seek hapiniss there.
너의 운명과 삶이 거기에 있다. 넌 거기에서 행복을 찾아야 돼.

Get a job in the favelas and live there.There are many like you.
빈민가에 일자리를 얻어 그곳에서 살아라. 너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있다.

You have to be with them and not stand out. 
넌 눈에 띄지 말고 그들과 함께 있어야 된다.

 

충격적이게도 코끼리는 주인공이 위로 향하는 것을 막는 존재였습니다. 온리업 주인공 재키가 파벨라에서 나갈 수 없도록, 가능성을 꺾어버리고 절망의 공간에 머무르기를 종용하는 존재였던 것이죠. 너의 운명과 삶이 빈민가에 있으니 그곳에서 행복을 찾아야 된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나타나는 구간.

 

그리고 철도를 지나 석유 공간이 나오면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아버지는 이곳에서 드릴러로 일했었고 항상 석유냄새를 풍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버지를 두려워했는데 왜냐하면 어머니와 자신을 자주 때렸었기 때문이라 합니다. 재키는 그것이 이미 과거의 일이라 말하지만 저 외딴길을 건너면서 사실은 아직도 아버지가 두렵다고 고백합니다. 이러한 주인공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는 온리업 스토리의 막바지에도 등장합니다. 바로 아버지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형태로 말이죠.

 

건설중인 건물들
디즈니 애니 업(UP)을 연상시키는 건물

 

산업화 시대를 지나 현대적인 도시 빌딩이 건설 중인 공간으로 들어옵니다.

 

애니메이션 UP 포스터. 출처: IMDB

 

해당 풍선이 매달린 집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업(UP)에 나온 집을 모티브로 한 것 같습니다. 내용인 즉 아내를 여의고 쓸쓸히 홀로 지내는 노인의 집 주변은 모두 개발되고, 종극에 자신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최후의 방법으로 집에 엄청나게 많은 풍선을 매달아 집을 띄우고 파라다이스 폭포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죠.

 

혹 온리업에서 풍선이 매달린 집은 떠오르지 못하고 꿈과 낭만이 좌절된 것은 아닌지?

 

도시 입구를 지키고 있는 불도그

 

현대화된 도시로 들어가자 그 앞을 불도그가 지키고 있는데요 불도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Money have broken lives here in pursuit of their dreams, but only a few have been lucky.
돈은 이곳에서 꿈을 좇는 이들의 삶을 망쳤다. 그렇지 않았던 운이 좋았던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Your childish stubbornness, if you continue on this path, will only bring you regret and misery.
너의 완강한 고집으로 이 길을 계속 간다면 후회와 불행만 가져올 것이다.

 

이 불독 역시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위로 오르지 못하게 막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올라갈수록 현대화되는 도시의 풍경

처음 스테이지를 올라갈수록 세상은 점점 더 현대화됩니다.

 

 

그리고 첫 번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드디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합니다. 바로 신화의 지역인데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역입니다. 신화의 영역에 진입하면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Ask and it will be given to you.
Seek and you will find.
Knock and it will be open to you.

구하라, 그러면 주어질 것이다.
찾아라, 그러면 발견할 것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문이 열릴 것이다.

 

해당 구절은 성경의 구절입니다. 주인공에게 자신을,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 것 같은 구절이죠.

 

 

신화의 세계로 진입한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만찬. 그런데 햄버거와 감튀는 무엇...?

 

달이달로스와 추락하는 이카루스

 

신화의 이야기에서 자주 보았던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이카루스는 밀랍 날개를 달고 태양에 다가가려다 밀랍이 녹아서 추락한 이야기로 유명한데 혹시 주인공에게 경고하는 것일까요?

 

 

재미있는 점은 온리업 태초마을에서의 철도로 이어진 길은 신화의 세계에서는 용 혹은 바실리스크로 보이는 것의 뼈로 대체되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신화의 세상 다운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예수로 보이는 인물의 손을 타고 도착하는 다음 스테이지는 바로 학교입니다. 교육이죠. 아인슈타인의 얼굴도 보입니다.

 

재미있게도 신화의 세계의 끝은 예수로 보이는 인물이고 그다음 스테이지는 교육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교육의 세계로 진입할 때 공자의 명언이 내레이션으로 등장합니다.

 

“Education breeds confidence.
Confidence breeds hope.
Hope breeds peace.”

배움은 자신감을 키우고,
자신감은 희망을 키우며,
희망은 평온함을 키운다.

- by 공자

 

그런데 주인공은 학교에서의 생활이 즐겁지 않았어요. 학교에 들어가면 재키는 학교에서 사람들에 대한 증오만 얻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은 세상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두운 징후를 아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합니다.

 

해당 스테이지를 통과할 때 The more I know, the less I know. 란 내레이션이 등장하는데요. 이 구절은 “The more I learn, the less I realize I know.”란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뜻은 알면 알 수록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 결국 진정한 지식은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를 아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지식의 세계를 거쳐 성숙해진 주인공은 미로의 세계 그리고 생과사를 넘나드는 빙하의 극지방을 지나

 

일본풍의 동양적 종교의 세계를 지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랑과 조화(調和) 그리고 올바른 삶의 방식에 대해 깨닫게 되죠.

 

저승의 강. 노잣돈 동전 두 개가 눈에 띕니다

 

주인공은 동양풍은 세계를 지나 인생의 마지막 관문이라 할만한 죽음의 세계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 죽음의 세계에 진입하면서 내레이터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When I was born, my grandmother said I wouldn't survive.
내가 태어났을 때, 할머니는 내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말씀하셨다.

When I was one year old, my grandmother was dragged away by a whale on the old pier.

내가 한 살 때, 할머니는 낡은 부두에서 고래에게 끌려갔다.

 

죽음에 관해 재키가 회상하는 것은 과거 고래에게 끌려간 할머니에 대한 추억입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죽음의 형상은 과거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할머니와 연관되어 있으며 , 그 죽음의 형상은 할머니의 비극과 같이 고래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형상화됩니다.

 

 

이 역시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중 하나입니다. 할머니가 고래에게 끌려갔듯 온리업 주인공 재키 역시 고래 속으로 들어가며 죽음을 마주하는 것으로, 주인공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깨닫지만 고래 입으로 들어가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Eyes are afraid, hands are doing. - 즉, 두려움을 느끼더라도 어떻게든 헤쳐나가 나는 것이죠.

 

 

그렇게 죽음의 세계를 극복하고 닿은 곳은 바로 태초의 마을입니다. 위를 보면 정말 온리업의 시작인 태초마을과 똑같죠.

 

 

그리고 이 세계는 잭과 콩나무의 세계이기도 한데 거대한 콩나무가 하늘을 뚫고 위를 향해 있습니다.

 

 

또한 해당 스테이지에는 전설 속의 용이 등장하는데요. 올라가던 중 잘못해서 이 용에 부딪히거나 용의 날갯짓에 잘못하여 밀려버리면 끝없이 추락하게 되니 특히 주의해야 됩니다.

 

생각건대 온리업의 태초마을로부터 올라갈 때 주인공이 잭과 콩나무의 이야기에 빠져든다고 말한 것과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최종 관문 바로 직전의 스테이지에서 잭과 콩나무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콩나무와 거인(용)의 형상으로 볼 때 용은 아마도 주인공이 두려워하는 아버지의 형상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해당 스테이지의 배경이 태초마을을 연상시키는 것 역시 그렇구요. 결국 해당 스테이지를 뚫고 올라가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용을 타고 가는 재키(=나)

 

재미있는 것은 용은 우리가 올라가는 데 있어 커다란 난관이지만 반대로 용기를 가지고 용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위로 타고 갈 수 있다면 쉽게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거인의 형상으로 등장하는 아버지는 최종적으로는 해골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국 마지막 스테이지로 가면 주인공이 두려워하던 아버지의 형상은 해골로 나타나고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라를 극복하게 됩니다.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이 등장하면서 말이죠.

 

이 거인은 우리 아버지처럼 무섭고 거대하지만 사실 쓸모없고 가치 없다.

 

 

그렇게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조차 극복한 주인공은 최종적으로 독립적이고 강한 인간으로, 원하는 곳은 언제든 갈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의 파일럿이 되면서 말이죠. 그리하여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며 온리업은 끝을 맺습니다.

 

 

혹시 온리업(Only Up)의 풀 내레이션이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영상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해당 영상은 제가 직접 온리업을 클리어하면서 등장하는 내레이션 부분들을 모아 정리한 영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나레이션과 배경들이 정말 기억에 남아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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