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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들국화의 무덤 개요 및 줄거리 – 가련한 사랑의 기억]

이토 사치오의 단편 소설 들국화의 무덤. 생각지도 못하게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읽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문인 나쓰메 소세키가 저런 소설이라면 수백 편을 읽어도 좋다고 한 소설이기도 한데 읽어보니 저 역시 상당히 감성적이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들국화의 무덤은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마사오와 다미코의 이루어지지 못한 가련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너무 순수했기에 세상의 관습이라는 이름 아래 묻혀버려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랑.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때문에 세상을 떠난 여주인공 다미코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는 소설입니다.

 

우선 들국화의 무덤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줄거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남자 주인공 마사오의 다음과 같은 과거 회상으로 시작됩니다.

 

음력 9월 13일쯤이 되면 아무래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렸다고는 하지만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지난 옛날의 일이기에 세세한 부분은 많이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지금도 여전히 어제와 같고,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완전히 당시의 마음으로 돌아가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남자 주인공 마사오는 열다섯 살로 어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몸이 좋지 않아 평소 사촌 누나인 다미코가 드나들며 두 사람은 친하게 지냅니다. 이때 다미코의 나이는 열일곱. 두 사람은 어려서 그저 순수하게 친한 사이였지만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리기 때문에 자각이 없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다미코를 보러 가야겠다는 정도의 마음은 아니었으나 다미코의 모습이 잠깐 눈에 들어오면 마음이 놓이곤 했다. 뭐야, 역시 다미코를 보러 온 거잖아 하며 내 스스로가 나를 비웃을 적도 종종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이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하여 말이 나오고 이에 어머니는 두 사람에게 주의를 줍니다. 자각이 없던 두 사람은 이 일을 계기로 오히려 서로를 의식하며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 거리를 두게 되죠.

 

그리고 음력 9월 13일, 즉 주인공이 회상을 하는 이날 어머니는 두 사람에게 산에 있는 목화를 따오라는 심부름을 시켜 함께 집을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처음으로 두 사람은 꽃에 빗대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다미코는 정말 들국화 같은 아이였다. 다미코는 그야말로 시골 아이였으나 결코 거칠지는 않았다. 가련하고 부드럽고 품격도 있었다. 미운 구석이야 얄미운 구석은 조금도 없었다. 아무리 봐도 들국화 같은 아이였다.

“그런데 마사오 씨도 들국화를 좋아한다고......”

“아주 좋아해.”
“용담은 정말 좋은 꽃이에요. 전 용담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어요. 저 갑자기 용담이 좋아졌어요. 아름다운 꽃......”

꽃을 좋아하는 다미코는 언제나처럼 하얀 얼굴에 자줏빛 꽃을 가져다 댔다. 잠시 후 무슨 생각을 했는지 혼자서 생글생글 웃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용담 같은 사람이에요,”

 

마사오는 다미코를 들국화에 빗대 좋아한다고 했고 다미코는 용담꽃에 빗대어 마사오를 좋아한다고 간접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우려로 어머니는 마사오를 일찍이 도쿄에 있는 학교로 보내버립니다.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지만 다미코가 연상이기 때문에 관습상 두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죠.

 

마사오가 학교에 있는 사이 집안의 압박으로 다미코는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고, 그가 집으로 왔을 때 그 사실을 전해 듣습니다. 여주인공은 마사오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마사오의 어머니는 그것은 허락될 수 없는 일이라 말하였으며, 이에 유약한 다미코는 포기한 듯 집안사람들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때의 그녀의 절망적인 심정은 일손을 돕는 이를 통해 전달됩니다.

 

그리고 다미코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결혼 후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모든 가족들이 다미코를 잃고 슬픔과 절망에 빠집니다. 두 사람의 마음이 그 정도로 깊을 줄 몰랐다며 후회스러워하며 말이죠.

 

마사오가 다미코의 무덤으로 찾아오고 그녀가 좋아하던 들국화를 심어주자고 생각하는데 문득 주위에 들국화가 무성하게 자라 있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알 매일 다미코의 무덤 주위에 가득 들국화를 심어준 후 고향을 떠나게 되죠. 하지만 그녀에 대한 마음은 한 시도 떠난 적이 없다고 말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감상 후기]

들국화의 무덤 감상평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역시나 애잔하다는 것은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유약했기에 세상에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관습의 굴레에 눌려 못다 한 사랑과 떠나간 다미코를 보면 감성적이게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다미코가 세상을 떠난 후 마사오가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반응입니다. 주인공 역시 슬픕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다미코에 대한 죄책감에 주인공에게 매달리듯 슬퍼했기 때문에 목놓아 애도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것이죠. 그래서 후에 결연히 집을 떠나 학교로 돌아간 것입니다.

 

들국화의 무덤은 목가적, 서정적인 분위기를 띠는데 더하여 이 소설은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남자 주인공 마사오의 다미코에 대한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흘러간 세월에서 느껴지는 애써 담담한 전달 방식에서 나오는 절제된 분위기가 더해져 묘하게 시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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