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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베스트셀러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읽어보았습니다. 약간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도 조금 들고,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낀 책입니다. 띠지를 보니 어바웃 타임 제작사에서 영화화 확정이라는데 이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표현할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사실 책 사면서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무드등을 못 받았다는 거네요 휴. 책의 줄거리는 사실 간단합니다.

 

주인공인 노라는 홀로 사는 여성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셨고 결혼 전 어머니 역시 돌아가십니다. 이때 우울감으로 전 남자 친구와 파혼하고, 어릴 적 오빠와 함께 하던 밴드를 탈퇴하여 오빠와의 사이도 틀어집니다. 그리고 일하던 가게에서 해고당하고 피아노 교습을 가르치던 학생의 어머니로부터도 더 이상 교습이 필요 없다고 통보받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라는 그녀가 키우던 고양 볼츠가 죽자 완전히 고립됩니다. 노라는 이제 이 우주에서 아무도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어느 도서관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도서관에서 새로운 인생들을 체험하고 삶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내용입니다.

 

이 과정이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철학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리뷰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리뷰는 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책을 읽으신 분만 보세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입구가 출구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인간이 삶에서 겪는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 다룹니다. 하지만 조금 특별한 방식이 사용됩니다. 바로 "도서관"이라는 중간 경로입니다.

 

노라는 자신의 삶에 절망합니다.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이 우주 그 어느 곳도 자신이 있을 장소는 필요 없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뿐만 아니라 소원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직장에서의 해고, 키우던 고양이의 죽음은 결정적으로 그녀가 발 디딜 곳을 잃게 만듭니다.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다면, 그녀에게 결핍된 것은 무엇일까요? 그녀에거 결핍된 것, 사람의 정신을 무한한 하강으로 만드는 그 요인은 바로 가능성의 부재입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 사람은 모든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생각할 때 절망합니다

 

여긴 죽은 자들의 도서관이 아니야. 가능성의 도서관이지. 그리고 죽음은 가능성의 반대고. 이해하겠니?

 

그리고 조금 더 넓게 보자면 결국 자신에게서 멀어질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없을 때, 그것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한한 하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철학자가 이러한 말을 했습니다.

 

가능성! 그 가능성을 찾게 되면 절망에 빠진 사람은 다시 숨을 쉬고 살아날 수가 있다.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숨을 쉴 수 없다.

-쇠렌-

 

노라와 같이 절망한 사람들은 가능성만 있으면 숨을 쉴 수 있습니다. 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그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어떠한 가능성이냐고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 바꾸어 말하면 어떤 삶이든 살아 볼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그리고 영원한 것과 무한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라는 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것입니다.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살자고 하는 의지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광활한지 깨닫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고 노라는 짐작했다. 

하지만 일단 그 광활함을 알아차리고 나면, 무언가로 인해 그 광활함이 드러나면,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희망이 생기고 그것은 고집스럽게 당신에게 달라붙는다. 이끼가 바위에 달리붙듯이.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인용-

 

그녀는 여러 삶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삶의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엿보면서 삶을 체험하던 중 북극의 이름 없는 한 섬에서 곰에게 목숨의 위협을 느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노라는 처음으로 자신이 죽고 싶지 않다는 삶의 의지를 발견하고 놀랍니다. 그녀는 한 번 삶을 포기했었는데 말이죠.

 

"실례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넌 좀 길을 잃은 것 같구나."

마침내 엘름 부인이 말했다.

"애초에 그래서 제가 이 도서관에 온 거 아닌가요? 길을 잃었기 때문에요."

"음, 맞아. 하지만 넌 지금 길을 잃은 와중에 길을 잃었어. 달리 말하면 완전히 길을 잃은 셈이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네가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없어."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인용-

 

엘름 부인은 앞서 죽음은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라의 살고 싶다는 의지가 찾아오면서 이제 죽음은 그녀를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능성에서의 방황입니다. 노라는 이 여러 삶을 체험하면서 그저 헤매기만 합니다. 그저 의미 없이 무한히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더 많은 가능성을 찾아서 그저 무한히 방황하며 자신을 잃어갑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기반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저 삶의 의미만 찾다가는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에 방황하게 되고 오히려 길을 잃게 됩니다. 이상만을 추구하는 사람을 생각해봅시다.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그저 이상만 추구하다가 그 이상이 이룰 수 없는 것이라면 그가 가는 길은 절망의 길과 다르지 않습니다.

 

올바른 삶이라는 것은 나에게서 멀어진 모든 가능성과 영원하고 무한한 상상력이 정확하게 나라는 그릇으로 온전히 돌아와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것은 반성이 되고 우리의 삶을 투명하고 풍요롭게 해 주며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도서관이 무너져 내리면서)

"모든 게 맞아떨어져. 이번에 네가 여기 돌아온 건 죽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살고 싶었기 때문이야. 이 도서관은 널 죽이려고 무너지는 게 아니야. 네가 돌아갈 기회를 주려고 무너지는 거지."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인용-

 

그녀가 체험한 삶은 정확히는 그녀의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체험한 것이 노라 자신에게 돌아와야 합니다. 이 도서관이 무너지면서 엘름 부인은 말합니다. 돌아갈 기회를 준다고. 그녀가 체험을 끝내고 돌아온 것은 살고 싶었기 때문이고, 도서관이 무너지는 것은 그녀가 가야 할 곳은 본래의 그녀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테세우스는 미궁에 있는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해야 하는 시련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 미궁은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테세우스는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그녀가 짜 준 실을 풀면서 미궁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푼 실을 따라 미궁의 입구로 되돌아 나옵니다. 결국 미궁의 입구가 출구입니다.

 

우리가 무한하고 영원한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는 유한한 우리 자신으로부터이며, 출구 역시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보면 노라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가능성의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머릿속에 수많은 이상과 상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헤매기도 합니다. 입구는 출구입니다. 노라와 같이 그것들이 지금의 우리에게로 되돌아와 우리의 삶을 반성하고 더 풍요롭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무한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늘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품고 있다. 가끔 서있는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 세상에 서 있든지 간에 머리 위 하늘은 끝없이 펼쳐져 있을 테니까.

살아보지 않고서는 불가능을 논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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