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무라타 사야카에 대하여

무라타 사야카(村田 沙耶香)는 1979년 생의 일본 문학가입니다. 일본의 3대 문학상을 휩쓴 작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품인 편의점 인간으로 유명하죠. 무라타 사야카에 대해서 글을 쓰는 이유는 그녀는 제가 생각하기에 엄청난 문학 거장이며 또 앞으로 나아갈 길 역시 굉장히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장과 같은 글쓰기 방식, 그리고 그 밑바탕에 깔린 인간이라는 존재의 물음에 대한 사야카의 이야기는 굉장히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언뜻언뜻 카프카나 카뮈가 연상됩니다. 이 글에서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대표하는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방법, 소멸세계, 편의점 인간을 중점으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인식을 가지는 존재

무라타 사야카의 글을 보면서 언뜻언뜻 카프카나 카뮈가 연상된다고 하였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유리되는 존재 그리고 인식을 가지는 것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야카의 대표적인 저작들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주인공 혹은 책을 읽는 독자들이 사회 혹은 세계로부터 유리됩니다. 여기서 그 원천은 자신에 대한 의심과 다름에 대한 인식 그리고 유리되어 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리되어 있음을 깨닫는 원천은 다름 아닌 주인공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도중(途中)'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야카 소설의 주인공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다른 사람들과 다름과 동시에 이 세계에 접선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있어 자신이 느끼는 이 세상은 낯설게 느껴지고 무관심하고 비합리적으로까지 느껴집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항상 세상 혹은 자신이 속한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즉 세상과 하나되어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세상은 그 어떤 것보다 무관심하며 더하여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세상과 접선되어 있다는 그 통일감을 다시 찾기 위해서죠.

 

무라타 사야카의 소멸세계를 보면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굉장히 상징적인 시작으로 아담과 이브는 낙원에서 쫓겨난 후 부끄러움을 깨닫게 되죠. 낙원에 있는 것은 하나의 통일감을 느끼는 세계와 일체감의 상징과 같다고 볼 수 있으며 동시에 낙원으로부터 쫓겨나는 것은 세상과 유리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무라타 사야카 - 소멸세계

일반적으로 세상의 커다란 변화는 인간을 세상과 유리시킵니다. 너무나도 평화로웠던 시기 이후 벌어진 세계대전으로 인간이 세상의 적의를 깨달은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큰 사건은 인간을 내던져진 존재로 만들고 근본적으로 나와 세상 대한 의심을 싹트게 합니다. 소멸세계의 배경은 그러한 것입니다.

 

인간이 존재 이후 그 어떤 시기에도 결혼, 가족관, 그리고 탄생과 재탄생과 관련한 사회적 함의는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소멸세계는 그 사회적 함의를 완전히 바꾸어버립니다. 이러한 세상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소설 속의 세계로부터 유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징적인 것은 소멸세계의 후반부의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며 새로운 시대의 아가들은 마치 아담과 같고 세상이 에덴으로 회귀하는 듯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라타 사야카의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은 계획도시인 신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도면대로 완성되어가는 부풀어 오르는 도시는 우리의 신체와 같다고 비유하고 있으며 이것이 하나의 세상인 것입니다. 주인공 유카는 도면대로 완성되어가지 않는 자신을 고민하는 학생입니다. 그녀가 학급의 위계관계를 냉철하게 꿰뚫어 보고 관찰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 역시 도중(途中)의 존재이며 계획대로 성장되지 못하는 위화감, 즉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카에게 있어 이 세상, 그녀가 있는 학급이라는 공간은 따뜻한 세상이 아니라, 낯설고 냉혹하며 두렵기도 한 공간인 것입니다.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 리뷰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은 무라타 사야카의 장편 소설입니다. 이전 무라타 사야카의 다른 소설들을 읽고 상당히 감명받아서 최근 다른 작품도 꾸

deepsis.tistory.com

 

'편의점 인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 후루쿠라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부모님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통해 명확히 깨닫게 됩니다. 그러던 그녀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이 세계의 부품으로 있을 수 있게 되고 ‘지금 태어났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의 유카처럼 후루쿠라가 냉철하게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것 역시 다름을 깨달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다름을 깨달았기 때문에 인식을 가지게 되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죠.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리뷰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을 읽었습니다. 무라타 사야카의 작품을 역주행하다 결국 최근 작품인 편의점 인간까지 닿는 데 성공했습니다. 읽고 정말로 극찬

deepsis.tistory.com

 

저항과 화해 그리고 조화

그렇다면 왜 무라타 사야카 소설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세상과 접선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일까요? 최초 소설의 주인공들이 깨닫든 깨닫지 못했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회로부터 심판당하기 때문입니다.

 

알베르 카뮈 - 이방인

사회는 사회의 본질을 근거로 사람을 판단합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관계없습니다. 마치 이방인의 뫼르소가 어머니를 하늘로 보낸 후 그의 진실과는 관계없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사회의 판단기준으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무라타 사야카 -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결국 사회의 가치관에 의해서 세상으로부터 배척받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척받고 추방당한 이후 결국 자기를 찾게 됩니다. 거기에는 저항의 불꽃이 동반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세계와의 조화이자 화해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소멸세계에서 아마네는 낙원으로 향하는 세계에서 마지막 저항의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세계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죠.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의 주인공 유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하위 그룹에 속한 노부코가 적의를 담아 교실에서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생에 처음으로 자신의 내면에서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내던져진 주인공 유카에게 있어 자신을 찾는 길 혹은 내면을 찾는 길은 '행복이' 이부키를 진심을 담아 소통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사랑에는 저항의 의미도 함께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욕망을 노래하는 것이죠.

 

유카가 사회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해방됨과 동시에 중지되었던 뉴타운의 확장이 재개됩니다. 마을 커뮤니티에 있던 완성모형은 철거되고 이제 자유롭게 마을이 확장되기 시작하는 것이죠. 유카가 자신을 찾음과 동시에 낯선 선연한 하얀 길이 뻗어나기 시작하고 페달을 밟고 달려나갑니다. 그녀가 자신을 찾고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르는 길은 앞으로 그녀가 가는 길이며 동시에 그녀가 이 세계와 화해이자 일체감이 연상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무라타 사야카 - 편의점 인간

편의점 인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후루쿠라는 이물질이 되고 편의점 점원을 그만두게 됨으로써 세상에 내던져지게 됩니다. 시하라의 권유로 후루쿠라는 다시 사회와 접선하기 위해 구직활동으로 면접을 보러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 편의점이 그녀를 부릅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 편의점을 위해 존재한다고 느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후루쿠라는 말합니다. 인간인 것 이상으로 편의점 점원이라고. 시하라는 그것이 무리의 규정, 즉 세상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시하라 사회접선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정상으로 여겨지는 사회와의 접선을 단호히 거절하는 그녀의 저항과 동시에 다시 편의점 점원이 되기로 하며 그녀는 자신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세계가 호응합니다.

 

마치며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은 큰 틀에서 보자면 이렇듯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이러한 큰 줄기에 더하여 사야카 각각의 소설들은 뒤집어보는 생각, 다양한 이야기와 동시에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글을 쓰는 방식을 보면 거장이 글을 쓰는 듯한 문장 구조가 역시 읽는 맛을 더합니다. 그저 가벼이 지나치는듯한 하나의 문장 역시 의미 없이 써진 부분이 없으며, 하나의 문장이 의미의 층을 이루며 쌓아가 튼튼하고 높은 마천루가 되는 듯한 느낌은 언뜻 카프카 생각도 날 정도입니다. 개연성이 쌓이고 그것이 당위성이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전작들처럼 무라타 사야카는 앞으로도 많은 실험적 도전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편의점이라는 현대사회의 공간에서 자기를 찾는 놀라움을 보여주었듯 다음에 쓸 이야기는 어떤 세상에 대한 이야기일지 무척 궁굼합니다. 언젠가 실험적 이야기를 거치고 그녀의 이야기가 모이고 모여 종합의 길을 가게 된다면 아마 더 높은 차원에 있는 그녀를 만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