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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지 말아요 나가토로 양 리뷰

괴롭히지 말아요 나가토로 양은 4월 신작 애니메이션으로 현재 방영 중입니다. 1화를 보고 받은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성격이 완전히 반대인 두 고등학생 남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남자 주인공이 고등학교 2학년으로 선배이고 여자 주인공이 1학년으로 후배입니다. 처음 표지를 보고 '와 코믹하고 유쾌한 청춘물이겠구나' 하고 봤는데 이건 생각했던 것 과는 다른 반전이 있었네요. 그런데 그 반전이 너무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우선 캐릭터 소개부터 하자면 이 애니메이션의 남자 주인공은 그냥 선배입니다. 애니메이션 상에서는 아직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찾아보니 공식 홈페이지의 소개에서도 선배라고 나오네요?! 위의 포스터 이미지에서 보듯 새하얀 피부와 마른 체형에 소심한 성격이며 딱 봐도 활동적인 타입도 아닙니다.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며 편해 보이는 이미지와 소심한 성격은 딱 장난치기 좋아 보입니다.

 

반면 여주인공인 나가토로는 남자 주인공과는 정반대의 캐릭터입니다. 그을린 피부와 셔츠 소매를 걷고 있는 모습은 닥 봐도 굉장히 활동적인 성격일 것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식 홈페이지의 설정상 운동실력이 발군이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내에서도 발차기할 때 운동신경이 보통이 아닐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괴롭히지 말아요 나가토로 양은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처럼 여자 주인공인 나가토로가 남자 주인공인 선배를 괴롭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타카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표지만 보고 1화를 봤다가 조금 놀랐습니다. 특히 나가토로의 흑화한 표정은 처음 보면 살벌해 보이기도 합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1화에서 서로 관계를 쌓아가는 장면입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데요. 처음 남자 주인공이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 나가토로와 친구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선배는 여기서 실수로 자신이 그리던 만화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를 나가토로와 그녀의 친구들에게 들키고 맙니다. 본인이 망상을 투영한 만화를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울 테죠.

 

 

그런데 이 여주인공은 그 만화를 보자 엄청나게 놀려댑니다. 망상을 철저하게 팩트로 부숴버리면서 선배의 멘탈을 가루로 만들어놓는데.. 선배는 결국 웁니다. 얼마나 심하게 당했으면 선배는 그날 밤 나가토로가 바보 취급하는 목소리가 뇌리에 남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다음날 선배는 나가토로에게 또 놀림당하고 우는데 하이라이트는 방과 후 귀갓길입니다. 여기서 나가토로는 장난으로 선배를 밀었는데 선배가 물에 빠져버립니다. 이건 나가토로 본인이 생각해도 장난이 심했다고 느끼죠. 그런데도 화를 내지 않고 그냥 가는 선배의 모습에 다음과 같이 물어봅니다.

 

선배는 화 안 내나요? 제가 상당히 선을 넘은 것 같은데요.

- 나가토로-

 

그 질문에 선배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하긴, 지금까지 만난 녀석들과 똑같다.

 

 

그리고 회상 장면이 이어집니다. 예전에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꽤나 괴롭힘을 당했던 모양이네요. 

 

옛날부터 이런 일을 자주 겪었으니까 대처 방법은 잘 안다.

눈을 피하고 마음을 닫은 채 넘어가는 거다.

그래서 싫어하는 녀석의 얼굴 따윈 전혀 기억도 안 난다.

-선배-

 

 

그런데 이 후배 나가토로는 만만치 않습니다. 눈을 피하고 마음을 닫은 채 넘어가려고 해도 감았던 눈을 뜨니 여전히 나가토로는 눈앞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괴롭힘을 당할 때 자신의 대처방법이 이 후배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죠.

 

나가토로는 끈질기게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봅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통하지 않았으니까 결국 다른 방법을 써야만 합니다. 여기서 선배는 아마 처음으로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자신을 생각을 말했을 겁니다.

 

선배: 솔직히 짜증 나거나 울컥울컥 할 때도 있지만 그, 그렇게까지 싫은 건 아니기 때문이겠지 너하고 대화를 나누는 게...

나가토로: 그러니까 기분 나쁘다고요. 너라고 부르는 거.

선배: 그, 그럼 이름. 이, 이름을 가르쳐줘. 

나가토로: 나가토로라고 불러주세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선배

 

 

아마 선배라는 사람에게는 처음 낸 용기일 테고 그 솔직함에 나가토로는 자신의 이름으로 답합니다. 이름을 가르쳐 줄 때 손가락으로 선배의 가슴에 손가락을 대고 자기 이름을 쓰는 장면은 인상적이네요. 앞으로 매일 괴롭힐 테니 자기 이름을 가슴에 새겨 놓는 걸까요

 

이후 에피소드 역시 나가토로의 괴롭힘은 계속됩니다. 괴롭히지 말아요 나가토로 양에서 괴롭힘은 이 둘 사람이 관계를 쌓아가는 아주 좋은 방식입니다. 선배라는 캐릭터는 너무 소심하고 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어렸을 때 괴롭힘 당했던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괴롭히지 말아요 나가토로 양을 보면 선배는 항상 혼자 다닙니다. 그리고 나가토로의 악의 없는(나름의 애정을 담은?) 괴롭힘은 또 어떤 측면으로 보면 선배가 가진 과거 괴롭힘이라는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넵 그렇다고 약하게 괴롭히면 재미가 없죠. 이후에도 악의 없이 마음껏 철저하게 괴롭혀주는 장면과 오버했다가 나오는 민망함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선배는 나가토로의 친구들과도 알게 되고 나가토로의 친구들도 선배에게 장난치려고 하지만 '나는 되지만 너는 안돼'라는 철벽 마인드로 막아버리는 장면도 재밌네요. 괴롭힘의 관계의 미학은 나가토로가 생각하기에는 두 사람만의 관계성과 친밀감의 상징이 아닐까요. 그리고 서로가 편하니깐 또 가능한 것이고요.

 

괴롭히지 말아요 나가토로 양은 지금까지 회차들을 봤을 때 연출이 매우 뛰어납니다. 나가토로의 성격과 활동성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두 사람 간의 대조가 훨씬 뚜렷하게 나타나며, 나가토로의 시원시원한 성격과 극단적이고 풍부한 표정 변화가 잘 드러납니다. 덕분에 갭이 크게 나타나는 데 이 큰 갭이 굉장히 매력입니다. 현재 회차까지만 보더라도 충실한 연출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 아마 올해 분기의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을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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