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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결말에 대한 해석 – 실존의 기록]

옛날 영화지만 최근 정말 인상 깊게 다시 보게 된 영화 인셉션. 꿈이라는 요소를 이용한 SF 영화인데 정말 재미있게 보았으며 영화의 창의성과 완성도를 보면 극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셉션을 보면서 놀라웠던 점은 이것은 단순한 SF 혹은 액션 영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에 대한 실존적 이미지를 가지는데 하나의 문학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인셉션 결말에 대해 상실의 시대를 일부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래는 인셉션 결말과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코브와 맬에 대하여 feat 상실의 시대

우선 인셉션 주인공 코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차지하는 것은 아내인 맬의 상실입니다. 과거 코브와 맬은 함께 꿈속의 꿈을 탐구하다 꿈의 심층부, 무의식의 해변에 도달하였고 그곳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창조하며 함께 지냈었죠.

 

문제는 그곳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맬은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 뭔가를 가두어버렸고 림보가 그녀의 현실이 되었죠. 하지만 코브는 아니었습니다. 코브는 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아내의 생각 깊은 곳에 있는 비밀 장소를 찾아내었고 거기에 그녀의 세계는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놓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생을 끝내며 꿈속에서 탈출하지만 코브가 심어놓은 생각(인셉션)은 현실로 돌아온 맬에게 계속 영향을 미쳐 그녀는 이 세계가 진짜가 아니라 계속 믿게 만들었고 이에 꿈속에서처럼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만듭니다.

 

자기 때문에 아내 멜이 세상을 떠났다는 죄책감에 코브는 그녀를 자신의 심층 무의식에 가두어두게 됩니다. 그녀를 도저히 놓을 수 없었던 거죠. 그리하여 코브의 꿈에서 그녀는 항상 나타나게 됩니다.

 

인셉션은 큰 틀에서 멜의 상실에 의한 코브의 절망이 큰 줄기를 이룹니다. 인셉셥 결말에 대해 후술 하기 전에 잠시 주인공 코브와 맬에 대해 상술하자면, 코브에게 있어 맬의 상실은 그의 삶을 지배하고 꿈이라는 공간 안에서 지속되는 죽음의 잠재성입니다.

 

다른 사람을 잃었다면 그가 이렇게 절망했을까요? 사랑해 마지않았던 맬의 상실은 주인공의 꿈과 실제적 삶을 지배하는 하나의 죽음의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됩니다. 동시에 이는 또 다른 측면에서 실존의 가능성이라 볼 수 있죠.

 

이유는 영화에 나오지만 어찌되었든 구조적으로 보면 맬의 상실로 인해 코브는 그의 아이들이 있는 실제적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 상실의 시대

인셉션에서 코브는 맬을 보낼 수 없다는 마음을 일종의 체념으로 대상에 묶어둠으로써 절망하고 있습니다. 코브는 죄책감으로 인해 사랑하는 그녀를 보낼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심층 무의식에 그녀를 두고 함께하고 있는 것이죠. 즉 삶의 대극이 아닌 그의 삶 속에, 살아가는 동시에 죽음을 키워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실의 시대는 구조적으로도 인셉션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위의 구절은 상실의 시대 주인공이 사랑하던 여인을 잃고 절망과 함께하는 독백입니다. 참고로 소설 주인공의 연인인 나오코 역시 멜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코브가 맬에게 죄의식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상실의 시대의 주인공 역시 나오코에 대한 죄의식을 독백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상실의 시대의 저 구절은 영화 인셉션에서 코브가 꿈에서 맬과 함께하는 장면과 오버랩되며 인셉션의 핵심과 닿아 있습니다.

 

코브가 맬을 자신의 심층 무의식에 두어 꿈에서 맬이 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 역시 기묘한 장소에서 나오코와 다시 만납니다. 그곳에서 나오코는 살아 있습니다. 코브의 꿈에 맬이 살아있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은 주체를 대상에 묶어두고 유한, 허무, 절망 등 영원히 죽음에 이르는 길에 놓여 있게 하며, 코브에게 있어 꿈의 공간이란 바로 이러한 공간인 것입니다.

 

그리고 멜을 잃은 이후 이유야 어찌 되었든, 구조적으로 자신의 아이들이 있는 진짜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셉션 결말에 이르러 심층 무의식에서 코브는 멜에게 인셉션을 했던 사실을 고백하면서 그녀와 대화를 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견딜 수 없이 당신이 그립지만 당신을 보내야만 한다고 말하며 림보에서 함께 사랑하고 늙어갔던 것을 추억하며 작별을 고합니다.

 

그렇게 코브는 맬을 놓아주고 해방되어 삶의 길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주체를 다시 삶의 길로 다시 올려둠으로써 절망의 길에서 해방되어 삶의 길로 완전히 방향을 틀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코브가 나아가는 길은 죄의식과 체념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며 동시에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 나가는 실존주의적 인간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이렇게 코브는 현실의 삶을 되찾고 그리워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며 인셉션은 결말을 맞이합니다.

 

2. 인셉션 팽이에 대하여

인셉션 결말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코브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 팽이를 돌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팽이는 맬의 심층 무의식에 있던 것입니다. 코브는 항상 이 팽이를 가지고 있으며 꿈인지 현실인지를 파악할 때 이 팽이를 돌려봅니다. 그리고 영화 내의 설명으로는 이 팽이는 맬이 꿈속에서 돌리면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팽이는 곧 현실인지 꿈인지를 구분하는 매개체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셉션의 일련의 흐름으로 보자면 팽이는 조금 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맬의 심층 무의식에 들어가 그곳에 있는 팽이를 돌리며 그녀의 세계는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놓았었습니다. 이 팽이는 원래 맬의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심층 무의식 속에 맬을 두고 그녀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 그녀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죄의식과 절망, 체념으로 대상을 묶어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팽이의 역할은 구조적으로 보면 꿈과 현실의 구분보다는 맬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풀어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묶여 있는지 아닌지, 즉 맬에 대한 대상적 자동성 여부를 팽이를 돌려 판단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코브는 맬의 상실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그녀를 자신의 심층 무의식, 꿈의 세계에 묶어두게 됩니다.

 

꿈은 하나의 무의식 세계로 그것이 누구의 꿈인가에 관계없이 코브가 꿈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녀에 대한 무의식적 자동성이 발현됩니다. 따라서 코브가 그녀에게 죄책감으로 묶여 있는 한, 팽이가 계속 도는 것은 꿈입니다.

 

팽이는 이러한 그녀에 대한 체념으로 묶어둔 무의식적 자동성을 판단하는 매개체입니다. 팽이가 꿈속에서 계속 도는 것은 코브가 그녀에게 죄의식을 가지고 매여 있다는 의미이며 그렇기 때문에 코브가 그녀에 대한 죄책감에서 해방되고 그녀를 떠나보내고 결말에서 사이토에게 돌아가자고 말하는 장면, 즉 삶의 강렬한 의지를 내보이면서 돌아온 순간 이미 팽이는 효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셉션 결말에서 팽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지는 것입니다.

 

[마치며]

인셉션에는 또 다른 주인공 피셔의 이야기도 있죠. 영화에서 피셔 역시 또 하나의 실존을 경험하게 됩니다. 인셉션의 모든 스토리는 결국 피셔의 마음 끝으로 떠나는 모험이며, 재미있게도 피셔의 실존은 인셉션으로 찾아옵니다. 바로 그의 아버지가 스스로의 삶을 살길 원한다는 생각이죠.

 

그렇게 피셔는 스스로를 투명하게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정의하는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정말 정말 놀라운 것은 그의 이러한 자기 자신을 찾는 길은 자기 안에서 이루어졌지만 그 생각은 인셉션, 즉 심어진 생각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결국 두 주인공은 자신의 현실을 투명하게 자신을 기반으로 현실을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되며 인셉션은 그 막을 내립니다. 그들은 굳건하게 자기 자신을 기반으로 현실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영화 인셉션은 강렬한 삶의 의지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SF 요소와 멋진 액션,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잘 풀어냈으며, 더하여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말 멋진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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